버냉키, 추가 완화 기대에 찬물…지나친 자신감인가

입력 2012-03-01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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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및 물가 안정에 집중…신중론 유지

경기 회복에 대한 지나친 낙관인가, 아니면 지나친 비관인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이 시장에 파문을 던졌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위원회에서 증언한 버냉키 의장의 입에서 추가 부양책, 이른바 3차 양적완화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고용시장과 경기회복, 국제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만 언급했을 뿐이었다.

당초 3차 양적완화 가능성을 기대했던 시장은 실망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현재 미 경제가 회복 신호를 보내고는 있지만 추가 부양을 철회할 정도로 확고하지는 않은 탓이다.

뉴욕 증시와 국채 가격, 금 값 등 금융시장이 일제히 출렁였다.

달러는 버냉키 발언 이후 주요 통화에 대해 급등했다.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가늠하는 달러지수는 78.132에서 78.865로 수직 상승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도입해 달러를 풀면 달러가치가 떨어지고 그렇지 않으면 달러가치는 오른다.

금 값은 장중 5% 이상 급락하는 패닉 장세를 보였다. 장중 변동폭은 100달러를 넘었다.

4월물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77.10달러(4.3%) 급락한 1711.30달러에 마감됐다.

TD증권의 리처드 길훌리 애널리스트는 “달러와 국채, 금 시장의 움직임이 평소와 달랐다”며 “시장 참가자들은 마치 버냉키 의장이 금리 인상 신호를 준 것처럼 반응했다”고 평가했다.

수닐 애너패러디 골드 불리온 인터내셔널 부사장은 “시장에선 버냉키의 발언을 두고 3차 양적완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시장은 버냉키 의장이 고용과 물가 안정 두 가지 사안때문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그는 고용시장의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나 정상과는 거리가 먼 상태이며 국제유가 상승은 일시적으로 물가를 상승시켜 구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경기 회복을 확신하기엔 아직 이르고, 국제유가 상승도 의식해야 한다는 것으로 앞으로 나올 경제지표와 국제유가의 흐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그는 국제유가와 관련해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물가상승 우려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버냉키 발언 이후 나타난 시장 흐름이 2월 고용지표가 나오는 9일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달러 가치는 오르고 주가는 조정을 받는 장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경우 금 값은 하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버냉키는 이날 질의 응답 시간에 초저금리 정책이 예금자에 대해 불리하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에 “금리는 더 낮아도 된다”며 “경제가 견고해지면 예금자도 혜택을 입을 것”이라는 인식을 나타냈다.

연준은 지난달 이례적인 수준의 저금리 기조를 적어도 2014년말까지 유지할 방침을 정했다.

버냉키 의장은 연준의 금융정책을 통한 경기부양보다는 정책을 통한 탈출구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통화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면서 “금융위기 등을 상쇄하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경제체질 강화는 의회나 행정부의 선택에 달려있다”며 경기부양책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내년 초 도입할 대규모 재정지출 감축과 증세에 대해 의회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미 경제가 올해 회복 궤도에서 이탈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유로존의 재정위기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그는 “유럽 경제가 예상대로 완만하게 후퇴해도 금융 상황이 지속적으로 제어되면 미국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만큼 심각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냉키는 “유로존의 파급이 미 경기 회복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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