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메르켈, 재정협약 비준 위해 야당과 밀월

입력 2012-03-05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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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원에서 3분의2 지지 얻어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정상들과 서명한 ‘신 재정협약’의 국내 비준을 이끌어내는데 만만치 않은 내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독일 언론은 4일 신 재정협약이 자국에서 채택되려면 독일 의회 상·하원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신 재정협약은 유럽사법재판소(ECJ)에 건전재정 의무 사항 준수를 자국 법규에 반영하고 보장하는지를 검증할 권할을 부여한다. 또 회원국들은 미준수 국가를 ECJ에 제소할 수 있다.

이 같은 사항이 독일 법규에 반영되려면 자주권과 유럽사법재판소의 권한을 규정한 헌법 23조에 따라 연방 상·하원 의석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메르켈은 작년 10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강화안 표결에서는 연정내부에서 과반수 동의를 얻은 이른바 ‘총리의 과반수’를 확보했다.

야당인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의 지원사격이 없었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르켈은 그러나 지난달 28일 그리스 2차 구제금융안 표결에서는 비록 압도적인 과반수를 얻기는 했지만 연정내 독자적인 과반수 확보는 실패했다. 연정내 소수당을 중심으로한 이탈 기류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회에서 과반수가 아니라 3분의 2의 표를 얻어야 하는 신 재정협약의 비준은 야당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정치권 기류는 야당이 메르켈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지만 대가 없이는 안된다는 ‘조건부 지지’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사민당 당수는 이날 “메르켈은 즉각 우리에게 접촉을 해와야 하지만 그동안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상하원에서 3분의2 동의를 얻는 것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메르켈이 고개를 숙이고 도움을 요청해야 손을 잡아주겠다는 태도로 평가됐다.

야당이 메르켈에 원하는 조건은 유로존 성장 정책을 지지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금융거래세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거래세를 통한 수입을 성장 정책에 사용하겠다는 것이 사민당과 녹색당의 복안이다.

야당은 유로존 구제기금 증액 문제도 신 재정협약 비준과 함께 묶어서 일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신 재정협약이 야당의 지지를 얻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동안의 메르켈과 야당의 태도를 보면 결코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벼랑 끝으로 모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의 상징적인 사건은 지난달 요아힘 가우크를 차기 대통령 후보로 내정하는 과정에서 메르켈이 처음에는 강력히 반대하다가 이를 수용하는 쪽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연정내 소수당인 자유민주당(FDP)의 필립 뢰슬러 당수가 세차게 밀어붙인 것을 받아들인 모양세지만, 속내는 사민당에 러브콜을 보낸 것이라는 게 슈피겔 등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가우크는 사민당이 지난 대선을 비롯해 연거푸 추천한 인사로서 메르켈과 사민당을 연결해주는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야당이 요구하는 금융거래세 도입에 대해서도 메르켈은 이미 긍정적인 신호를 내보였다.

지난 1월 프랑스가 먼저 도입을 선언하고 나서자 메르켈은 “개인적으로 EU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 차원에서 도입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하면서 부분적 지지를 표명했다.

이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적극적인 지지로 바뀔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놓은 것이어서 사민당과의 전략적 제휴 관계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 모든 게 내년 총선을 앞둔 장기적인 포석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렸다.

현재 독일 여론은 내년 총선에서 제1여당인 메르켈의 기독교민주당(CDU)과 제1야당인 사민당이 손잡는 ‘대연정’을 선호하는 비율이 40% 가량으로 매우 높다.

작년 베를린 지방 선거에서 승리한 사민당이 고민 끝에 기민당과 대연정을 구성한 것이 그 신호탄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메르켈이 앞에 놓인 도전을 연정 내부보다는 외부로부터 동력을 삼아 극복해나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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