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삼성' 해체…'중국삼성' 위상 쑥쑥

입력 2012-03-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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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18년 만에 日 통합본사 해체…中 본사는 베이징에 제2사옥 건립 추진

삼성그룹이 일본 본사(일본삼성)를 해체한다. 1994년 설립 후 18년 만이다. 반면 일본삼성 보다 한해 늦게 탄생한 중국 본사(중국삼성)의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본삼성 해체는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포석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지만, 수십 년간 세계 제조업을 호령하던 일본의 쇠퇴와 중국의 무서운 성장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은 일본에 도입한 통합본사 체제를 없애고 계열사별 독립 경영 체제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994년 1월에 발족한 삼성 일본본사는 사라지고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일본에 진출한 18개사가 독립 법인·사무소의 형태로 운영된다. 일본 삼성전자는 한국 본사가 완제품과 부품의 이원화 체제로 바뀐 데 따라 아예 법인을 분리한다. 이같은 내용의 체재개편안은 5월 1일 부터 시행된다.

삼성 관계자는 “과거에는 삼성이라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통합본사가 필요했다”며 “이제는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빠른 의사 결정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일본 내 삼성 계열사들은 한국의 본사와 일본삼성에 이중으로 보고하는 등 업무상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1993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신경영’을 추진하면서 가장 먼저 설립한 일본삼성의 ‘해체’는 한국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과거에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일본을 통해 기술 트렌드와 시장 흐름을 파악했지만, 이제는 일본 기업들의 힘이 빠져 삼성 인력과 자원을 전략적으로 재배치할 시점이 왔다는 얘기다.

일본삼성이 역사의 뒷길로 사라진 반면 중국삼성은 쑥쑥 커나가고 있다. 이건희 회장도 중국 내에 ‘제2의 삼성’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중국 베이징에는 중국 본사 신사옥 건립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삼성은 1995년 1월 설립됐으며 23개 계열사를 비롯해 36개 생산법인, 32개 판매법인, 7개 연구소 등을 갖고 있다. 종업원 수만 10만2000명에 달한다. 웬만한 국내 그룹에 버금가는 규모다.

현재 LCD와 반도체에 잔뼈가 굵은 장원기 사장이 중국삼성을 총괄하고 있다. 중국에 건설할 예정인 20나노 낸드플래시 공장과 8세대 LCD공장 건설을 주도하는 데 적임자로 본 것이다.

최근 중국삼성을 총괄했던 인물의 면모를 살펴봐도 삼성의 중국에 대한 기대를 잘 알수 있다.

삼성은 2005년 당시 삼성카드 영업부문 박근희 사장에게 중국 본사를 맡겼다. 구조조정과 경영진단으로 정평이 난 그를 중국에 파견, 내실 있는 중국 사업을 해 나가기 위한 전략이었다.

박 사장은 현장 중심 경영을 통해 재임 시절 휴대폰과 LED TV 등의 중국 내 판매 1위를 달성했다. 그는 중국에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삼성생명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삼성은 해외 지법인장으로는 최초로 부회장인 강호문 부회장을 중국 본사 대표로 임명했다. 부회장 체제를 통해 중국사업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포석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소니와 엘피다 등 일본의 자존심이었던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는 반면 중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급성장하고 있다”며 “삼성의 일본본사 해체와 중국본사 강화는 이같은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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