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조찬모임, 밥만 먹냐고요? 공연도 즐기며 경제트렌드 짚어가죠

입력 2012-03-05 10:38 수정 2012-03-0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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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강연·문화포럼 등 자기계발 더해…CEO뿐 아니라 임원들 참석 의견 교환

▲지난 17일 코엑스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진행된 전경련 국제경영원 주최 2월 정기 조찬포럼에는 한국경제연구원 이춘근 박사가 참석해 '김정일 사후 동북아 국제정세와 한국의 전략'이라는 주제로 약 1시간 30분 동안 강연을 했다.
지난 2월 17일 새벽 6시40분 경 코엑스 인터컨티넨털 호텔 지하 하모니룸.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이른 시간이지만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다양한 회사의 사장 혹은 부사장급 임원들. 전경련 주최 조찬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발걸음을 한 것이다.

합성섬유업체 휴비스의 윤필만 상무는 지난 2006년부터 조찬모임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공식적으로는 한달에 3개 정도의 조찬모임이 예정돼 있지만 바쁜 업무 탓에 실제로는 1~2개 정도의 모임에만 참석한다.

윤 상무는 “단순한 인맥관리를 위해 조찬모임에 참여하는 CEO들은 더 이상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각자가 회사에서 맡은 업무에 대한 지적 갈망이 CEO들을 조찬모임으로 이끈다는 설명이다.

최근 CEO들을 대상으로 한 조찬모임이 진화하고 있다. 간단한 인사와 명함교환으로 시작해 식사와 강연 이후 각자의 일터로 복귀하는 기존 조찬모임의 형태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친목도모와 더불어 자기개발과 업계의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가 점차 생겨나고 있다.

◇경제 태동과 함께한 조찬의 역사 = 역사적으로 CEO조찬 모임이 언제부터 시작했는 지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부분 지난 1975년 인간개발 연구원 장만기 회장의 주도로 시작된 ‘인간개발경영자 연구회’를 조찬 모임의 시초로 생각하고 있다. 지난 2월2일 창립 37주년 기념식을 개최한 인간개발연구원은 이날도 문창극 중앙일보 주필을 초청해 ‘2012년 국내외 정세변화 와 대한민국의 시대적 과제’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1975년 시작된 국내 조찬모임의 역사는 이후 주체나 방식은 조금 달라졌지만 시대를 살아가는 경영인들의 만남의 장으로 지속되고 있다.

전경련 조찬 모임은 매달 정기포럼으로 진행된다. 벌써 292회 차다. 특히 요즘 조찬에는 CEO 뿐 아니라 임원들도 다수 참석한다. 인맥관리의 목적도 크지만 동종업계 종사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업계 트렌드를 파악하고 뒤쳐지지 않게 준비하라는 CEO들의 의중이 담겨 있다.

텔스타홈멜 소화영 이사는 “지난달부터 조찬모임에 참석하기 시작했다”며 “요즘은 대표이사가 이사진들에게 조찬모임 참석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준비된 음식이 나오고 식사가 시작되자 중요 무형문화재 제45호 예능보유자인 죽향 이생강 선생의 대금산조 연주가 이어졌다. 연주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식사를 잠시 멈추고 구슬픈 대금산조 가락에 귀를 기울였다. 약 8분 간의 연주가 끝나자 참석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큰 박수를 보냈다.

이날 조찬에는 한국경제연구원 이춘근 박사가 참석해 ‘김정일 사후 동북아 국제정세와 한국의 전략’이라는 주제로 약 1시간 30분 동안 강연이 진행됐다. 열띤 강연이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질의응답시간도 기존 조찬모임과는 많이 달라졌다. 손을 들고 질문을 하던 예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문자를 이용한 질의응답이 있었다. 실제로 이날 조찬모임에서도 강연 중반부터 트위터나 문자로 질문을 접수해 강의 마지막에 모니터에 질문을 띄워놓고 연사에게 답변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찬에 참석한 모 회사 대표 A씨는 “조찬모임에 나오기 시작한 지 5년 정도 됐는데 트위터나 문자를 이용하니 하고 싶은 질문을 다양하게 할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시 낭송·등산…변화하는 조찬모임 = 강연과 식사가 이어지는 조찬모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취미생활을 공유하며 그 안에서 친목을 다지고 업계 동향을 파악하는 모임도 유행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은 중소기업 조찬모임을 중심으로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몇몇 갤러리에서 운영하는 ‘CEO 문화포럼’은 현대미술, 클래식, 문학 등 전문가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하는 프로그램도 열리고 있다.

지난 2월 18일 오전 9시 30분 경 청계산 옛골 앞에는 8명 남짓한 등산객 일행이 등산장비를 꼼꼼히 확인하고 있었다. 그들은 한국경영혁신 중소기업협회의 조찬모임인 ‘굿모닝 CEO포럼’의 회원들. 이들은 매달 한번 꼴로 등산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모임에 참석한 (주)그라미스 박창수 이사는 “주말 오전에 모여 등산을 한 후 점심식사를 하고 식사 도중에는 한 명씩 3분 스피치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3분 스피치는 각자 회사의 사업홍보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이니 만큼 업계의 동향이나 트렌드 등을 짧게 발표하는 시간이다. 이러한 3분 스피치는 굿모닝CEO 조찬모임 자리에서도 강연 시작 전 실시하고 있다.

3분 스피치와 같은 업무 관련 시간도 갖지만 감성을 공유하는 시간도 있다. 바로 ‘시낭송’이다.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각자 준비한 자작시나 좋은 글귀를 낭송하고 감성을 공유하기도 한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분위기를 풀어낼 수 있는 최근 조찬 트렌드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박 이사는 “중소기업 CEO들도 대부분 2~3개의 조찬모임에 참석한다”며 “조찬모임은 비즈니스 용어를 배우거나 산업 트렌드와 방향을 예상해 사업체의 향후 목표를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CEO나 간부들은 삼성과 LG같은 대기업을 경영해 본 경험이 부족하다. 따라서 조찬모임을 통해 대기업 오너들의 경영방식을 배우고 그들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나 정보를 통해 중소기업을 경영함에 있어 발생 가능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건축·인테리어회사 파랑사이의 박동삼 대표이사는 “사회와 경제의 흐름 그리고 정치적 사항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뉴스만 봐서 알 수 없는 정보를 얻기 위해 조찬모임에 참석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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