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나영석 PD, 충북 촌놈의 나요미 3단 변신기 "땀ㆍ깡ㆍ운"

입력 2012-03-05 20:30 수정 2012-03-06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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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고이란 기자)
"이제 제 인터뷰 기사 아무도 안 읽는다니까요~" ㆍ

국민예능 '1박2일'의 마스코트 '나요미' 나영석 PD는 최근 연예인 뺨치는 인터뷰 일정을 소화했다. 어림잡아 헤아려도 웬만한 스타의 홍보 일정을 뺨치는 강행군이었다. 그만큼 그에 대한 관심, 그를 잠시 떠나보내는 시청자의 아쉬움이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선배 최재형 PD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보직없는 직장인'이 된 그를 여의도 KBS 신관 인근에서 만났다. 새단장을 한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의 첫 방송을 며칠 앞둔 2월29일, 밀려드는 인터뷰에 휴가 전 밀린 일처리까지, 여전히 바빠 죽겠는 나 PD를 만나 지난 5년, 그에 앞선 5년 그리고 지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발바닥에 땀나게 10년

충청북도 청주시 출신인 그는 소위 스카이(S・K・Y)라 불리는 연세대에 입학했고, 어렵고 또 어려워 언론'고시'라 불리는 지상파 방송사 입사시험을 대학 졸업 전 한방에 패스, 입사 10년이 채 되기 전에 국민 PD로 등극, 차장으로 파격 승진까지 주저앉는 법이라곤 없이 승승가도를 달렸다. 그런 사이 아들, 남편 나영석은 가족 행사에서 늘 열외되는 '바쁜' 사람이 됐다. 일개 PD를 국민적인 스타로 끌어올린 그 뒤에는 질주의 증빙, 흥건한 '땀'이 함께했다.

"대휴라고 주말에 쉬지 않고 일을 하면 쌓이는 휴가가 있는데 이게 한 40~50일 정도 쌓였어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6개월 정도 기간에 쌓인 걸 거예요."

지난 5년간 전국민이 일주일에 한번씩 브라운관을 통해 나요미와 소통했지만, 죄송스럽게도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을 살뜰히 챙기지는 못했다. 사전답사에, 녹화에, 편집에 시간을 정신없이 보내다보면 귀가는 매번 일요일 아침에야 이뤄졌다. 이제야 거진 10년만에 혹은 그 이상 기간 만에 2달 여 여유가 생겼다. 프로그램을 잘 마무리하고서야 쓸 수 있게 된 공식 휴가다.

나 PD는 "특히 나만 바빴다고 하면 그건 엄살일 것"이라며 "눈코뜰새 없이 바빴던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업계에서나 입사 10년차까지는 가장 치열하게 일을 해야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맙게도 이제 2달 가량 여유가 주어졌다"면서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여행도 가야할 것 같고, 아무 것도 안 하고 쉬고도 싶고, 아직은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행복한 고민을 털어놨다.

(사진=고이란 기자)
◇"쫄지마, 어떻게든 돼"

변수가 가득했던, 중간 중간 출연진의 구설 등 위험한 순간도 많았던 '1박2일'이었다. 굳이 모두가 기억하는 변수가 아니더라도 매 회 방송엔 보이지 않았던 돌발상황이 가득했다. 풍랑에 뱃길이 끊기고, 텐트를 쳐야하는데 폭우가 쏟아지는 등 자연재해에는 '더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이라며 웃어넘기는 '깡'(?)으로 버텼다. 돌발상황에 놀라기는 하되 쫄진 않았던 깡좋은 PD 덕분에 이만기-강호동 대결 등 계획에 없었던 기획들도 속속 튀어나왔다.

나 PD는 '1박2일'을 이끄는 내내 특별한 디렉션 없이 그냥 굴러가게 내버려 두는 편이었다. 하고 싶은 것은 다음 주도, 다음 해도 아닌 당장 이번 녹화분에 다 쏟아부었다. 아이디어 고갈, 변수 등장 등은 괘념치 않았다. 나 PD는 "우리 팀 모두가 원래 남기는 것이 없는 스타일이어서 하고 싶은 게 생겼을 때면 '다음'은 없다. 무조건 이번에 다 쏟아냈다"면서 "그러다 변수가 생기면 놀라긴 해도 이걸 어떻게 재미있게 만들지를 생각하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국민 PD '나요미' 역시 이런 '어떻게든 된다'식 사고, '굴러가게 지켜보자'식 태도가 만들어낸 깨알 캐릭터다. 나 PD는 "처음에는 여행지, 할 일 등의 전달자가 필요해 내 목소리가 출연을 했는데 1년 쯤 지나니 변화가 생겼다"면서 "출연진과 제작진이 서로 가까워지다보니 카메라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었던 녹화, 게임 설명 중 조건을 내걸며 "…밥은 없습니다"라는 나 PD의 제안에 출연진 중 한 명이 "싫어요!"를 외쳤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예정에 없던 출연진과 제작진의 밀당이 시작되면서 나 PD가 시나브로 화면 안으로 들어갔다. 3분이 너무 길다는 출연진의 투정에 '5분'의 너그러운 협상안 또는 "안 됩니다!"를 외치던 나 PD는 이후 출연진에게 놀림을 당하기도 하고 매정한 모습으로 원성을 사기도 하면서 '나요미'로 한 발 한 발 시청자에게 다가왔다. 나 PD는 "전혀 계획에 없던 것이었다"면서 "그게 바로 리얼버라이어티의 맛"이라고 귀띔했다.

◇평생운을 끌어다 투척 "어쩌지?"

그렇게 차근차근 쌓아온 5년의 시간 동안 방송사에 오래 기억될 업적(?)도 많이 남겼다. 일단 사측에는 효자 중의 효자였다. 시청률 30%대를 돌파하며 국민 예능으로 등극해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장르를 방송가에 확실히 자리매김시켰고, 광고 완판 신화 등 KBS에 참 예쁜 '짓'도 수없이 했다. 나 PD는 이 모든 것은 '운' 덕분이었다고 했다.

그는 "프로그램이 성공적인 기획이면 시청률 10%는 넘는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죽을 각오로 하면 20%를 넘긴다"면서 "그런데 30%를 넘기거나 이렇게 국민 프로그램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5년 이상하려면 천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어렵다"고 겸손한 답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 생각하면 (지난 5년간) 운이 잘 따라준 경우가 많다"면서 "내 인생의 운을 최근 5년간 다 쓴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한동안 나영석 PD를 그리워할 그의 팬들을 위한 마지막이 될 지 모를 '나요미'의 애교/사진=고이란 기자)
이제 5년간 그를 징그럽게도 괴롭혔던, 미치도록 행복하게 해줬던 '1박2일'을 내려놓고 잠시 휴식기에 들어간다. 회사에서 제안을 한 단기 어학연수는 3년 안에 적당한 시기를 봐서 가기로 결정했다. 꿀같은 2달 휴가,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일단 목표는 '온 힘을 다해서 정말 잘 쉬는 것, 어떻게든 꼭 쉬는 것'이다.

"일이 아니라 재충전을 위한 여행도 가고 싶고, 하루 종일 만화책을 읽으며 뒹굴거리고도 싶고, 가족들과 시간도 보내고 싶어요. 그런데 자꾸 여행지는 아프리카, 중국의 오지 같은 곳만 떠오르고, 여행을 가서도 답사를 할 것 같고, 휴가 두달 째에는 여의도를 배회할 것도 같아요. 저 정말 쉴 수 있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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