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3번’ 제3야당의 창당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가 4·11 총선 공천을 속속 확정하는 가운데 새누리당에선 친이(이명박계)가, 민주통합당에선 구 민주계가 대거 낙천, 이들을 중심으로 한 창당설이 유력시되는 분위기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건 친이계다. 강승규 신지호 진성호 진수희 등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보류된 의원들은 지난 5일과 6일 잇달아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에게 탈당을 종용하는 목소리도 낼 것으로 전해졌다. 때 맞춰 공천 문제에 입을 다물고 있던 이재오 의원도 6일 트위터에서“밀실 자료가 반대자들에게 정치적 살인병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친이 일부 의원들은 친이계를 비롯한 새누리당 공천 탈락자와‘대중도 신당’을 표방하며 최근 창당된 국민생각, 민주통합당의 구 민주계 인사들이 모인 민주동우회를 모두 아우르는 신당 창당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이계 의원은 7일 기자와 만나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대거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인데, 무소속도 좋지만 좀 더 파괴력을 키우려면 창당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기왕 창당을 할 거라면 원내교섭단체(20석) 규모의 정당으로 키워 기호 3번을 달고 출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이를 위해 민주당 탈락자들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친이 관계자는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 탈당을 선언한 건 시작에 불과하다”며 “YS가 직접 움직일 순 없겠지만 정신적 지주로서 창당에 힘을 보탤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민주화의 양대 산맥이던 YS의 상도동계와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가 힘을 합쳐 제3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상도동계 김무성 의원이 공천탈락 위기에 처했고, 김덕룡 전 의원이 “공천학살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 최근 새누리당의 공천을 강하게 비판했다. 친노(노무현계) 진영이 득세한 민주당에서도 공천에서 떨어진 최인기 조영택 강봉균 의원 등이 “친노 패거리가 호남 DJ 민주계를 학살했다”며 집단으로 반발하는 사태를 빚고 있다.
다만 민주동우회 측 관계자는 “아직 친이계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접촉을 받은 일이 없다”고 전했다. 또 친이계와 국민생각, 민주동우회가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