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인천경제자유구역]'뜬구름'된 동북아 허브…매서운 '인천의 봄'

입력 2012-03-0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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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유치 난항으로 주요 사업 '삐걱'…NEATT·인천타워 공사 지연·축소

▲오는 2020년 완성을 목표로 진행 중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외자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국내기업 유치로 돌아서고 있다. 주거시설이 지속적으로 공급됨에 따라 전세값은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전망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동북아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2003년에 전국 최초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송도·청라·영종지구의 삼각축으로 개발 중이다. 오는 2020년 완료가 목표인데 쉽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내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당초 계획한 주요 프로젝트 가운데 상당수가 차질을 빚으면서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경제청)은 외자유치보다 내수기업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송도국제업무지구는 주거시설 정비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청라국제도시와 영종신도시도 외국자본 진입이 늦어지면서 계획을 축소하고 나섰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지난해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동아제약, 신세계 등은 물론 롯데까지 국내기업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흔들리는 외자유치, 일정 지연 =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2012년 1월말 현재까지 외국인 직접투자(FDI) 신고금액은 20억3550만 달러다. 외국인 투자사업의 전체 사업비(596억6190만 달러)의 3.4%에 불과하다. 외국인의 직접 투자금액이 적을 뿐 아니라 기존 투자사업도 지연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0년 완성돼 일반인에서 선보일 예정이었던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가 아직도 미완성이다. NEATT는 국내 최고층(68층) 빌딩으로 송도국제업무지구의 랜드마크로 우뚝 설 예정이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기존 참여업체였던 모건스탠리가 15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으나 금융위기로 인해 계약을 해지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은 각각 950억원, 400억원 정도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자 대우건설이 ‘유치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NEATT는 공정률 75%대로 외관은 거의 완성됐지만 재원 조달의 어려움으로 공사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오는 2013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던 인천타워도 층고 축소 건 등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인천시가 인천타워의 층고를 151층에서 102층으로 낮추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시는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송도랜드마크시티 유한회사 측에 제공키로 한 땅을 일부 회수해 수익을 올릴 계획이다. 사업조정 등의 문제로 인천타워 건립도 답보상태에 빠져있다.

청라국제도시도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안이 무산돼서다. 대신 인천지하철 2호선을 연결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시는 인천지하철 2호선을 분기해 청라지구를 지나 인천국제공항철도 청라역까지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마뜩치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지하철 7호선은 청라휴먼시아 분양 당시 연결을 약속했고 분양가에 포함됐으니 이행하라고 주장했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최근 국내 기업의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외자유치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 장혜원 이사는 “외자를 끌어들이기 전에 국내 대기업이 먼저 투자해야 한다”며 “외국 기업들은 투자 전에 어느 대기업이 투자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먼저 묻는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송도국제업무지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복합쇼핑몰, 이랜드 등을 유치했다. 롯데자산개발은 1조원을 투입해 송도국제업무지구에 ‘롯데몰 송도’를 개발키로 했다.

◇송도국제학교, 내국인에 ‘인기’ = 지난 2005년 포스코건설이 송도에 ‘더삽퍼스트월드’를 분양했다. 아파트 1596가구, 오피스텔 1058실로 구성됐다. 외국인 특별공급물량은 80가구였다.

주말과 저녁 때 더삽퍼스트월드를 지나가면 노란머리의 외국인을 자주 본다. 이들은 2~3명씩 함께 걸어가기도 하고 쇼핑을 하기도 한다. 외국인이 자주 보이는 것은 인근에 있는 채드윅 송도국제학교(정원 2080명) 덕분이다. 이곳은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과정을 통합·운영한다. 내국인 학생은 최대 정원이 30%까지 입학이 가능하다.

이 학교는 서울 강남지역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수업이 끝나면 고급 승용차가 줄 서 있다. 아이들을 집까지 데려가기 위해서다. 채드윅은 이들을 위해 강남을 왕복하는 50인승 4대의 셔틀버스를 운행 중이다.

송도 힐스테이트에 거주하는 A씨는 “채드윅에 국내 대기업 회장의 손주가 다닌다거나 유명 연예인 아이가 다닌다는 등의 얘기를 하곤 한다”며 “채드윅의 1년 등록금은 3000만원 정도여서 일반 직장인은 보내기가 어려운 학교”라고 설명했다.

신정초등학교도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신정초등학교는 포스코 직원의 자녀들이 대부분 입학했는데 아이들이 예의바르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왕따 문화도 없다고 한다. 한 주민은 “아이를 왕따 시켰다가 나중에 포스코 상사의 자녀라는 게 알려지면 부모가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라며 “서로 잘 알기 때문에 존중해주는 문화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송도국제업무지구는 오는 2020년까지 25만2000명이 거주하는 도시로 계획됐다. 이곳에는 현재 6만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NSIC 장혜원 이사는 “송도는 계획된 도시로서 스카이라인도 계획에 맞춰서 지어지고 있다”며 “쇼핑몰은 기본이고 공원까지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한 도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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