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들이 지난해 대폭 개선된 실적을 거뒀지만 배당성향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금융지주사들이 금융당국의 고배당 억제 정책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대주주인 국책은행의 배당성향은 전년보다 올려 정부의 ‘이중잣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1주당 250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할 예정이다. 배당성향은 9.35%. 이는 지난해 배당성향 16.86%에 비해 7.51%포인트 크게 낮아진 수치다.
앞서 이사회를 마친 KB·신한·하나금융지주의 배당성향도 전년보다 크게 낮아졌다. KB금융은 11.70%로 전년의 46.66%에 비해 34.94%포인트 낮아졌으며, 하나금융은 11.83%으로 전년의 14.49%보다 2.66%포인트 줄었다. 신한지주도 20.31%로 전년의 24.72%로 4.41%포인트 낮아졌다.
4대 금융지주 평균으로는 총 8조9071억원을 벌어 1조2538억원을 배당해 14.08%의 배당성향을 나타났다. 역시 지난해 평균 배당성향 20.91%보다 6.8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금융지주사들의 배당성향이 낮아진 데에는 금융당국 압박에 굴복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배당 자제 압력이 컸던 데다, 올 한 해 경기가 낙관적이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해 금융권 자체적으로 내부 유보를 통해 건전성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금융회사들에 고배당 대신 내부유보금을 늘려 충당금과 준비금 등을 많이 쌓도록 권고한 바 있다. 당국은 특히 ‘자본적정성 5개년 운영계획’을 제출받고 배당 규모에 대해서도 묵시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반면 정부가 대주주인 국책은행의 배당성향은 올려 금융권에선 당장 ‘이중잣대’, ‘겉 다르고 속 다르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기업은행의 지난해 순이익 1조5522억원 가운데 3745억원을 배당토록 결정했다. 배당 성향은 24.06%로 전년의 20.46%보다 3.60%포인트 증가했다.
수출입은행 역시 1468억원의 순이익 중 336억원을 배당해 배당성향이 전년의 18.50%에서 22.90%로 4.40%포인트 올랐다.
이는 4대 금융지주 배당성향 평균은 14.08%를 훨씬 넘어선 것으로 시중은행에는 고배당을 억제하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정부는 고배당을 챙겨간 것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모범을 보인다는 전제하에 민간 은행 주주에겐 희생을 요구했던 것 아니냐”며 “정부는 배당이라는 하나의 사안을 놓고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꼴인데 앞으로 배당문제가 불거질 때 금융지주사나 주주들이 이해를 해 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