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워낭소리’의 제작비는 불과 1억 원. 독립영화 가운데서도 체급(제작규모)별 가운데 가장 가벼운 몸집이다. 하지만 개봉과 함께 영화팬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점차 상영관을 확대, 최종적으로 292만여 명을 끌어 모았다. 총 누적매출액만 190억 원. 투자 대비 190배의 장사로, 이는 지금까지 제작된 한국영화 중 최고 기록이다.

2000년대 이후 이처럼 작은 영화들이 로또에 버금가는 대박을 터트리며 메가톤급 흥행을 종종 보여왔다. 하지만 충무로 상업 영화 시스템에서 흥행 영화는 블록버스터의 전유물로 인식돼 온 게 사실이다. 이 같은 현상은 대기업 자본이 영화계로 유입되며 투자 대비 매출에 집중하게 된 뒤 더욱 두드러졌다. 한 마디로 ‘영화 = 상품’으로 개념이 정리된 것이다.
이 시기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만 국한된 ‘손익분기점’(BEP)이란 용어도 대중화됐다. 결국 투자 대비(제작비) 매출액 상위권을 점령한 영화가 ‘흥행작’이란 공식이 본격화 된 것이다.
이런 흥행작들의 경우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 원에 달하는 매출액을 기록한다. 하지만 그 돈이 모두 제작사의 손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영화 산업만의 복잡한 정산 기준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2D 기준 영화의 관람료는 9000원. 여기에 영화발전기금 3%와 부가가치세 10%를 제외한 금액을 제작사와 상영 극장이 5:5로 나누게 된다. 여기에 제작사에 배당된 금액 중 배급사가 배급 수수료(10%)를 먼저 갖고, 원 제작사가 일정 부분을 가져간 뒤 남은 돈을 공동 투자사들이 계약에 따라 나눠 갖는다. 물론 각 영화별 투자 계약서에 따라 수익 분배는 차이가 있다.

사회 현상으로까지 확산된 영화 ‘도가니’ 역시 대박 주인공이다. 마케팅비 포함 45억 원이 투입된 이 영화는 최종적으로 355억 6685만 4800원의 누적 매출액을 기록했다. 누적 동원 관객수도 466만 2822명. ‘완득이’보다는 아깝게 조금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완득이’가 12세 관람가인 것을 고려하면 청소년관람불가인 ‘도가니’의 흥행 성적은 확실히 눈에 띈다.
지난달 2일 개봉한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아직 극장가에서 상영 중임에도 흥행 ‘톱5’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6일까지 누적관객수 439만 9289명 동원에 누적매출액이 341억 2404만 7500원이다. 순제작비 67억 원 선으로, 이미 5배가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제작사에 따르면 3월 말까지 총 누적관객수 500만 명이 예상된다.
또 다른 흥행작은 가벼운 코미디물이지만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대박을 터트린 ‘댄싱퀸’이다. 지난 1월 개봉해 총 396만 6691명을 동원했다. 누적매출액은 294억 8903만 1500원. 이 영화의 총 제작비는 58억 원 선이다.
전 세계로 눈을 돌려 투자 대비 수익률 최고를 기록한 영화는 무엇일까. 2007년 국내에도 개봉한 ‘파라노말 엑티비티 1편’이다. 제작비는 고작 1만 5000달러. 최종 수익은 1억 700만 달러다. 제작비 대비 7000배의 수익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