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청춘불패’ 이외수,’ 빨간머리앤과 만나다 "존버 정신으로 버텨"

입력 2012-03-09 09:20 수정 2012-03-0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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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에게 고함’

아직 잔설(殘雪)이 남은 2월. 싱어송라이터 빨간머리앤은 이외수 작가를 만나기 위해 강원도 화천군 다목리 ‘감성마을’로 길을 떠났다. 빨간머리앤의 여정에 본지 김현정기자가 동행했다. 꾸불꾸불한 산길을 지나 강원도 화천군 다목리‘감성마을’에 도착했다. 이 여정에 빨간머리앤이 오른 이유는 이외수 작가의 청춘불패와 각별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빨간머리앤)
싱어송라이터 빨간머리앤(본명 박은주. 29)은 유재하가요제 금상출신으로 오랜 연습생기간을 거쳤다. 이는 다른 말로 오랜 백수의 시간을 거쳤다는 말이기도 하다. 빨간머리앤이 데뷔하기까지 힘들고 지쳐가던 시간에 친구가 건낸 책 한권이 이외수 작가의 ‘청춘불패’였단다.

지난해 1월 ‘이렇게 좋은 날이야’로 데뷔앨범을 낸 빨간머리앤은 이외수 작가의 ‘청춘불패’를 읽고 영감을 받아 만든 디지털 싱글 청춘불패를 지난 2월에 발표했다. 늦저녁이 되서야 도착한 감성마을, 곧 밤하늘에 별이 쏟아졌다. 빨간머리앤이 별이 쏟아질 듯 많다고 감탄하자 이외수 작가는 “가끔 별이 떨어지기도 한다. 주워다가 술을 담가 먹는다”고 시인다운 농담을 건냈다.

이외수 작가의 집필실에서 이외수 작가와 빨간머리앤은 마주했다. 먼저 빨간머리앤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빨간머리앤(이하 앤) : 청춘불패를 읽고 굉장히 감동받아 곡을 쓰게 됐어요. 내용중에 ‘백수는 직업을 잃은 사람이 아니라 직업을 선별하는 사람이다’라는 글귀가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이 글에 의기소침해 있던 마음에 큰 힘이 됐어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외수 : 다행이다. 힘이 됐다니. 내 초기 소설은 늘 주인공들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지. 어느 순간 죄책감이 들었고 희망을 제시하는 글을 쓰고 싶었거든. 청춘불패도 젊은이들에게 좌절만 하지 말고 언젠가 때를 기다려서 다시 꿈을 실현하는 날이 있기를 하는 바람에서 쓰게 된거야. 신도 크게 쓸 인물은 시련을 많이 주는 거 아닌가.( 웃음) 자신의 미래에 큰 일을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연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고.

앤: 20대 후반에 가요계에 데뷔했기 때문에 주위에서는 데뷔가 늦었다고 걱정을 많이 했어요. 청춘불패 보면서 그렇지 않다고 위로를 받았어요. 지금은 실력을 닦아야 할 때라고 되뇌이면서 말이죠.

이외수: ‘청춘불패’에 나와 있듯 젊었을 때는 실력 연마를 해야 하는 시기지. 젊었을 때 출세하려고 하면 잘못된 생각이야. 10대는 보는 것마다 꿈이 되는 다몽기고. 20대는 평생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꿈을 선별하는 시기, 선몽기고. 30대는 실력연마하며 정진하는 시기라고 보면돼. 실력을 연마하는 시기인데 사람들은 다 출세하려고 하니 힘들어지는 거지. 꽃피는 봄날에 추수할 생각을 하니 문제가 생길수 밖에.

앤: 친구들을 봐도 그렇고 제 또래들은 늦어도 30대 초까지는 자리를 잡기 원해요. 사회 분위기도 그렇구요.

이외수: 원래 뜻을 펼치는 것은 40대일거야. 자기 분야에서 바친 게 없는데 어떻게 성공하겠어. 결국은 불로소득을 꿈꾸고 반칙을 하려고 하는 것이지.

(사진제공 해냄 출판사)

앤: 신간 ‘절대강자’도 인상깊게 봤어요. 절대강자에서 가장 아끼는 구절을 꼽으신다면.

이외수 : ‘존버’정신. 존버 정신은 ‘존나게 버텨’라는 축약어지. 요즘 시대는 욕 나올 정도로 어려운 시대야. ‘존버’라고 하면 버티고 싶은 의지가 생기리라 생각해. (웃음) 이 말은 ‘인내하라’는 말을 대신하는 말이기도 하거든. 인내라고 하면 이성적으로 그럴듯해보이지만 감성으로 버티고 싶은 생각이 안나거든. 감성적으로 설득하고 싶었던 거지.

앤: 극한의 시대에 극한의 메시지인것 같아요.

이외수: 요즘은 동화도 엽기, 잔혹이 유행이거든. 작은 하마 스토리를 알아? 어느 날 작은 하마가 장난감 기차를 가지고 놀고 있었지. 그런데 까마귀가 그 장난감을 채갔어. 하마는 작은 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 까마귀를 찾지. 그리고 까마귀 가슴에 칼을 들이대. 누구든 작은 하마를 우습게 보면 이렇게 된다는 얘기지.

앤: 내 갈 길을 건드리면 두배, 세배로 갚아준다는 말인거죠. 성공을 위해서 혹은 내 것을 지키기 위해서 점점 독해지는 세상인 것 같아요. 왜 점점 이렇게 동화조차도 독하게 변하는 걸까요.

이외수: 우리 사회의 지도층, 고위층이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이야. 남을 위해 살기보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살기때문이지. 그렇게 해서 성공한 것을 성공으로 보면 안된다고 생각해. 비열하게 살면서 성공하는 사람들을 성공한 거라고 말할 수 없는거지.

앤: 책이나 트위터를 보면 20대의 감정을 너무나 꿰뚫고 있어요. 그래서 2030세대의 멘토로 꼽히는 이유인거 같고요.

이외수 : 산을 보면 산이 되고, 물을 보면 물이 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이처럼 20대를 보면 20대가 되어서 사고(思考)하려고 하고 60대를 보면 60대가 되어 생각하는 노력을 하며 살지.

앤: 그러기가 쉽지 않아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이외수: 그 진정성은 사랑에서 와. 사랑하지 않으면 그게 될 수 없지.

앤: 2030 청춘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고난극복 방법이 있을까요.

이외수: 아픔, 불행 이런 것들은 극복하려고 하면 다쳐. 숙명, 운명 이런 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끝까지 견디야 해. 생로병사나 희노애락은 자신의 의지대로 되는 것은 아니거든. 모든 인생사가 내게로 오는 것은 모두 내 몫이라 생각하고 굳게 끌어안고 견디는 사람, 그 사람이 ‘청춘불패’고 ‘절대강자’인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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