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그린에 가면 그 아버지에 '그 딸'

입력 2012-03-0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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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인 2세 골퍼들

▲왼쪽부터 부친 박형섭, 희영-주영 자매, 부친 조창수, 윤지-윤희 자매, 양희영
‘몸속에 흐르는 체육인의 피가 나를 필드로 불렀다.’

체육계에 몸담았던 스포츠인들이 자녀를 속속 골프선수로 키워내고 있다.

이 부모들은 뛰어난 실력으로 자신의 종목에서 유명세를 타고나면 명성과 부를 동시에 얻게 된다. 다른 직업군과 달리 스포츠인은 직업 생명이 그리 길지 않아 은퇴 후 지도자로 전향하거나 개인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이 커가면 ‘자식농사’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된다. 진로는 두가지 경우로 나뉜다. 자신들처럼 운동선수로 키우거나 아예 운동에는 발도 못붙이게 하는 경우다.

자녀를 운동선수로 키우는 것에 대한 의견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부모는 체육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험한 길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 때문에 자식들에게 고생길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을 터.

다른 한편 부모의 디엔에이(DNA·deoxyribonucleic acid)를 제대로 물려받아 선천적으로 뛰어난 기량을 2세들은 펼쳐길 기대하는 부모도 적지않다.

하지만 부모 자신이 몸 담았던 종목보다는 골프채를 잡게하는 부모가 유독 눈에 띤다. 골프는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데다 부상을 당할 위험도 적기 때문이다. 특히 토너먼트 선수가 되면 한번에 수천만의 상금을 벌어들일 기회도 높다. 또한 개인 스폰서를 잡기도 쉽다.

대표적인 골프선수로는 조윤희(30)-조윤지(21·한솔) 자매다. 아버지는 프로야구 전 삼성라이온스 감독 대행 조창수씨다. 모친은 여자 배구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한국 프로스포츠 최초의 여성 감독을 지낸 조혜정씨다.

언니 윤희와 동생 윤지는 엄마 아빠의 운동 유전자를 나란히 물려받았다. 이들 자매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두선수 모두 건강한 체격만큼 25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자랑한다.

박희영(25·하나금융그룹)-박주영(22·하나금융그룹) 자매 골퍼도 전형적인 체육인 집안이다.

아버지 박형섭씨는 테니스 선수 출신으로 대림대학 사회체육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할아버지 박길준 옹은 체조(링) 선수로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와 동아대 학장 등을 역임했다. 박희영은 지난 2005년 프로에 데뷔하며 최나연을 제치고 신인왕을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하다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LPGA 투어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에서 진출 4년만이자 96번의 도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박주영도 언니의 뒤를 이어 프로골퍼가 됐다. 박주영은 2010년 퀄리파잉스쿨(Q스쿨)을 통해 KLPGA 1부 투어 자격을 얻었다. 지난해 또다시 Q스쿨 최종전에 출전해 20위에 오르며 올 시즌 투어무대에 선다.

LPGA 투어에서 6승을 올린 한희원(34·KB금융그룹)의 아버지는 고려대와 한일은행에서 야구선수로 활약한 한영관 리틀야구연맹 회장이다. 한희원은 2003년 야구 선수 손혁과 백년가약을 맺는 등 야구와 깊은 인연을 맺고있다.

지난해 KLPGA 투어 KB금융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양희영(23·KB금융그룹)도 전형적인 체육인 집안으로 탄탄한 체격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아버지 양준모씨는 국가대표 카누 선수, 어머니 장선희씨는 1986년 서울 아시아게임 창던지기 동메달리스트다.

양희영은 아빠의 노력과 엄마의 승부근성을 물려받았다. 양희영은 한 번 골프채를 잡으면 8시간 이상 연습하는 등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양희영은 “운동신경과 신체 하나는 운동하기 좋게 타고 났다. 강한 승부욕은 엄마를 닯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탁구선수 출신으로 인연을 맺은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의 아들 안병훈(21)도 골프채를 잡으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2009년 US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만 17세 11개월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그는 유러피언프로골프(EPGA) 2부 투어에서 뛰고 있다.

LPGA에서 활약하다가 국내에 돌아온 배경은(27·넵스)은 아버지 배찬수씨는 축구 선수,어머니 김미자씨는 탁구 국가대표 선수출신이다.

프로축구 선수 출신 고정운씨의 딸 고아라(22)는 지난해 KLPGA 2부 투어에서 상금 3위에 올라 올해부터 KLPGA 정규 투어 선수로 활동한다.

김용희 전 롯데 야구감독의 아들 김재호(30)는 KPGA 소속 프로골퍼다.

해태 타이거즈를 전설로 만들었던 김준환 원광대 야구감독의 딸 김상희(30)도 KLPGA 무대에서 뛰고 있다.

선동열 KIA 감독의 아들 선민우(22)는 고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해 지난해 8월 한국프로골프 Q스쿨 1차전을 통과했다.

김호철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감독과 배국 국가대표 세터를 지낸 임경숙씨의 아들 김준(25)은 E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다.

국가상비군 출신으로 KLPGA 2부에서 뛰는 이현지(20·중앙대)의 아버지 이기중씨도 지금은 섬유업을 하고 있지만 축구선수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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