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인사이드]새누리 '親李 솎어내기' 민주통합 '관료色 지우기'

입력 2012-03-13 08:45 수정 2012-03-1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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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공천' 한파 못버틴 장·차관 출신

▲4·11 총선 여야 공천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낙천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여기엔 장차관 출신 현역의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여야 탈락하거나 탈락 위기에 처한 전직 장관들의 공천심사 결과 불복 기자회견도 잇따르고 있다. 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진수희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성동갑이 전략지역으로 선정되자 강력 반발하며 탈당을 시사했다.(왼쪽) 김대중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최인기 민주통합당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 공천탈락에 곧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4·11 총선 공천 과정에서 장·차관 출신 인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상당수가 공천권을 거머쥔 반면 일부는 국정운영의 경험과 높은 인지도라는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새누리당에선 친이(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이 전원 공천 배제됐고, 민주통합당에서는 중도성향·구 민주계가 타깃이 됐다. 특히 차관급에선 최근까지 직을 유지하다 총선 출마를 위해 불가피하게 공직을 사퇴했지만 공천 탈락한 불운의 사나이도 있었다.

낙천된 장·차관 중엔 “탈당·무소속 출마를 불사하겠다”는 이들도 있어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억울한’ 前 장관들, 무소속 출마 불사 =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한 장관 출신 현역의원 가운데선 13일 현재 진수희(57·재선) 의원만 낙천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는 친이 좌장인 이재오 의원의 핵심 측근이다. 2010년 8월 이 의원이 특임장관에 임명될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에 나란히 올랐었다. 노심초사하며 공천 결과를 지켜보던 그는 지역구인 서울 성동갑이 전략지역으로 분류되자 공천심사 자료공개 및 재심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12일까지 재심 청구에 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선택은 한가지다. ‘나가라, 쫓아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탈당을 강하게 시사했지만 일단 보류했다.

이 정부에서 초대 특임장관을 지낸 주호영 의원(51·재선)도 ‘텃밭 중의 텃밭’ 대구 수성을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당은 공천 확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발탁된 김성호(62) 전 법무장관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초대 국가정보원장을 지내며 건제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부산 연제구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희정 전 의원에게 공천장을 뺏겼다.

민주당에선 ‘마이너리그’를 통과 못한 장관 출신 현역 의원이 3명이나 나왔다. 김영진·강봉균·최인기 의원으로, 중도성향·구 민주계 인사들이다. 이들은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한광옥 전 상임고문 등이 주도하는 ‘정통민주당’으로 합류해 출마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당내 최다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농림부 장관을 지낸 김영진(65·5선, 광주 서구을) 의원은 ‘관료 출신’ 딱지가 공천의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봤다. 김 의원은 공천탈락 후 “관료출신이라면 무조건 백안시하는 당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관료출신들이 무슨 죄를 지었냐”고 따졌다. 그는 재심까지 청구했음에도 기각당해 모양새를 더 구겼다.

강봉균(68) 의원은 김영삼(YS) 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 김대중(DJ)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전북 군산에서 내리 3선했지만 공천 탈락했다. 강 의원은 “지역에 가서 탈락 이유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바로 관료 출신이라는 점일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DJ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최인기(68·재선, 전남 나주·화순) 의원은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당을 떠나며 “정체성이라는 애매모호하고 자의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사전 각본에 따라 김대중 민주계를 학살했다. 당이 이미 국민의 심판이 끝나버린 열린우리당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과 함께 40대에 DJ 정부 복지부 수장을 맡았던 이태복 전 장관도 낙천됐다.

한편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으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고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정동영(58·3선) 의원은 정치적 무게감에도 불구하고 비례대표 초선 전현희 의원에 발목 잡혀 서울 강남을 경선을 치렀다. 역시 노무현 정부 때 법무부 장관을 지내며 승승장구하던 천정배(57·4선) 의원은 지역구인 안산 단원갑 불출마를 선언한 뒤 자신의 거취를 당에 위임했지만 아직까지 공천을 확정 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노무현 정부 제1대 여성가족부 장관인 장하진(60) 전 장관도 광주 서구갑에 도전장을 냈지만 현재 경선이 보류됐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 정동기 전 법무부 차관, 하영제 전 농림부 차관, 신건 전 법무부 차관, 김칠두 전 산자부 차관
◇ MB정부 실세 차관도 예외 없어 = 새누리당에서 공천배제당한 차관 출신으로는 2007년 이명박 대선경선 후보 언론특보,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을 거친 김해진(51) 전 특임차관이 대표적이다. 원희룡 의원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서울 양천갑에서 고배를 마신 그는 “이재오 의원의 최측근이란 이유로 정치적 사약을 받았다”고 탄식했다. ‘현대판 임진사화(壬辰士禍)’라는 비유도 썼다. 그러면서 “다음을 기약해야겠지만, 당장 이 정부의 성과를 제대로 알리고 평가받지 못한 데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현 정부에서 ‘왕의 남자’ ‘왕차관’ 등의 수식어를 달고 다닌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실세 중의 실세에서 낙천 대상자로 전락했다. ‘금배지’를 노리며 차관직에서 물러나 대구 중·남구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MB맨’ 낙인과 CN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에 발목이 잡혔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이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정동기(59) 전 법무부 차관은 서울 강남을에서 미끄러졌다. 그는 지난해 감사원장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했지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인들이 자기들은 얼마나 깨끗하다고 시비하느냐”고 비호했던 친이 인사다.

이들 외에도 하영제(58) 전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은 경남 사천·남해·하동에서, 노무현 정부 산업자원부 차관 출신인 김칠두(61) 전 차관은 부산 동래구에서 컷오프 당했다. 이재균(58) 전 국토해양부 차관은 부산 영도구에서 경선을 치렀다.

민주당에선 YS 정부 때 법무부 차관을 역임한 신건(71·전북 전주시 완산) 의원이 재선 도전에 제동이 걸렸다. 신 의원은 “‘패거리 정치’로 과거 민주 전통 세력을 다 적으로 돌리고, 오로지 친노(노무현계), 자기들과 맞는 사람들을 배치해 끌고 가겠다는 게 역력히 보인 공천”이라고 비판,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DJ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차관을 지냈던 초선 조영택(61·광주 서갑) 의원도 공천탈락 뒤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했지만 일단은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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