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최근 지역사회와의 잡음으로 인해 골치를 썩고 있다. 주로 사회공헌과 관련, 지역사회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유화업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충남 서산시 대산산업단지 인근 주민들은 최근 현대오일뱅크, 삼성토탈, LG화학, 호남석유화학 등 유화 4사를 상대로 지역 주민 고용 확대, 수익의 일정 비율 출연 등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월 ‘대산읍민 주권쟁취위원회’를 구성해 유화 4사에 이 같은 내용의 주민요구서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직, 생산직 모두 지역 주민 자녀를 30%씩 의무 배정하고, 매년 순수익의 2%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출연해달라는 게 주민들의 요구다. 보다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지는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해달라는 얘기다. 주민들은 오는 22일 대산읍민 출정식을 개최하고, 유화 4사 앞에서 공장장 면담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와 함께 GS칼텍스, LG화학, 한화케미칼 등이 입주하고 있는 여수산업단지에서도 기업들의 사회공헌도를 높여야 한다는 압박 여론이 조성 중이다. 입주 유화업체들이 실적에 비해 초라한 사회공헌을 펼치고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여수시가 직접 기업들에게 사회공헌도를 높여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지역사회와의 잡음에 유화업계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특히 업종 특성상 부두를 확보할 수 있는 지방에 공장을 세워야만 하는 유화업계는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대산산단 입주 유화업체들은 그동안 지역사회공헌활동에 많은 신경을 써왔다고 항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지역쌀 구매, 장학사업, 지역협력사업 등으로 약 14억원 정도를 지역사회공헌에 썼다”면서 “이와 함께 지역 젊은 층을 대상으로 직업훈련생(인턴)도 꾸준히 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토탈 관계자 역시 “3년 째 김장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연탄나르기, 주부봉사위원회의 서산병원 봉사 등 임직원들이 직접 땀 흘리며 봉사에 나서고 있다”며 “지역사회의 채용 및 수익 출연 등 주민들의 과도한 요구는 받아들이기 다소 어렵다”고 말했다.
유화업계는 지역사회가 봉사활동보다 금전적인 혜택만 요구하는 모습이 다소 씁쓸하다고 얘기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사회의 협력이 중요한 유화업계로선 타협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방법으로 꾸준한 사회공헌활동 펼치고 있지만 지역사회는 금전적인 혜택만 요구하고 있어 씁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