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A그룹이 ING생명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ING생명 인수에 앞서 보험사의 핵심 중 하나인 설계사 조직 영입을 위해 대규모 보상금을 보장하는 등 조직 흔들기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삼성생명, 대한생명, KB금융 등 3파전으로 압축됐던 ING생명 인수전 판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아시아지역 최대 보험사인 AIA그룹의 한국법인인 AIA생명은 ING생명 설계사 조직을 영입키로 하고 대규모 보상금을 지급키로 했다.
보상금 규모는 2010년과 2011년의 평균연봉을 회사 이직과 동시에 1년치를 일시불로 지급하고, 향후 1년동안 12개월에 나눠 1년치를 추가로 제공키로 했다. 회사 이직과 함께 2년치 연봉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AIA생명은 우선 실적이 좋은 영업점의 지점장을 공략해 부지점장과 설계사를 통째로 영입한 후 개별 설계사들에 대한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ING생명의 한 지점장은 “AIA생명으로부터 파격적인 조건과 함께 오는 15일까지 선택해줄 것을 요청받았다”면서 “워낙 파격적인 조건인 만큼 일부 지점에서는 이직 움직임이 있어 조직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AIA생명이 ING생명 설계사 영입에 나선 것은 ING생명이 설계사 판매 비중이 높아 영업 경쟁력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5위권으로 시장점유율(수입보험료 기준)이 5.2% 수준인 ING생명은 설계사 위주의 영업으로 방카슈랑스의 비중은 채 5%도 안된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AIA그룹이 ING생명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보험사의 근간인 설계사 조직을 흔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대규모 보상금 지급도 AIA생명 단독 진행보다는 AIA그룹 본사와 사전조율된 사항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선 지점의 설계사 인력이 빠져나갈 경우 인수합병(M&A) 가격을 낮출 수 있는데다 협상 과정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AIA생명이 홍콩(AIA그룹 본사)측과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설계사 비중이 높은 ING생명으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면서 “AIA그룹측에서 ING생명 인수 의사 역시 적극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AIA그룹이 이처럼 적극 인수 의사를 내비치면서 그동안 KB금융, 삼성생명, 대한생명 간 ‘3파전’으로 압축되던 분위기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보험사들도 ING생명 인수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던 만큼 해외진출을 해야 하는 국내 보험사와 한국시장 진출을 노리는 글로벌 보험사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