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폰·시슬리·이케아…가족경영으로 세계 호령

입력 2012-03-1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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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强해야 국가가 强하다] ⑦경영권 승계가 왜 범죄행위

미국의 소매유통그룹 월마트는 MBA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의 대표적 사례다. 프록터앤갬블, 듀폰, 카길, 프랑스의 시슬리, 멕시코의 카르소, 스웨덴의 이케아 등도 성공사례로 자주 등장한다.

이들 기업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족경영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즉 기업의 경영권이 전문경영인이 아닌 창업자 가족에게 승계되고 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세계적인 대기업 가운데 가족기업이 많다.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의 37%가 가족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100여 년의 장수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수대에 걸친 경영권 승계를 통해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흔히 영미식 선진 기업들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있다는 근거를 앞세워 우리나라 재벌그룹도 경영과 소유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럴 듯하게 제기된다. 좀 더 나아가 자녀에게 승계되는 경영권은 마치 범죄행위인 양 매도되기도 한다.

경영학자들은 이를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선택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기업이 처한 상황과 조건에 따라 소유경영체제와 전문경영체제 둘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장단점 만을 혼용해 운용할 수도 있다. 즉 ‘누구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냐’는 문제로, 경영능력 여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전문경영인체제는 유능한 경영인에 의한 효율적이고 투명한 경영이 가능한 반면 의사결정 지체 가능성과 단기실적에 집착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오너경영은 소위 ‘주인 있는 기업’의 특징인 조직 장악력과 강력한 리더십이 존재한다. 신속하고 책임 있는 의사결정과 장기적 경영안목도 오너경영의 큰 장점이다. 그러나 오너의 독단적이고 불투명한 경영이 견제되지 못할 경우 경영권 오남용과 사익추구 행위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국내 재벌그룹 대부분이 자녀 승계에 기반을 둔 가족경영체제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경영체제의 재벌그룹이 사실상 전무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오너경영의 장점보다 단점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2세 혹은 3세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에 대한 거부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모 재벌그룹 관계자는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수 대째 가업을 잇는 100여 년 역사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많다”며 “이들 기업에 대한 잣대와 국내 대기업에 대한 잣대를 달리하는 이율배반적인 시각이 팽배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많은 경영후계자들이 국내외 MBA 등에서 전문지식을 쌓고 경영 참여를 통해 전문경영인 못지않은 능력을 갖추어 가고 있음은 전혀 무시되고 있다고 덧붙인다. 오너의 자제라는 이유로 경영권 승계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한국가족기업경영연구소 남영호 소장은 “모든 가족기업들에게 승계는 필연적”이라고 말한다. 다만 경영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과 경험을 쌓은 전문경영인으로 양성하는 것이 문제이지 오너 일가냐 전문경영인이냐 하는 것은 부차적이라는 것이다. 또 오너 경영체제의 문제들을 전부인 양 하는 사회분위기가 경영권 승계를 죄악시 한다고 해석한다.

재계 관계자는 “가족의 경영권 승계는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체제 하의 재산권 행사”라며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경영권 승계과정을 거쳐 전문경영체제 도입 등 다양한 지배구조를 갖춘 것처럼 우리 기업에 대해서도 보다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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