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복지보다 정의가 먼저다

입력 2012-03-15 10:43 수정 2012-04-03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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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아주대 교수

요즘 복지논쟁을 보면 복지에 대한 본질적 논의가 없이 구호적 정치싸움으로 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란 용어를 통한 논쟁이다. 복지논쟁은 정책대결같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합리적인 논의가 필요 없는 정치대결이 됐다. 정치대결이 정책대결로 바뀌기 위해선 올바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복지는 세 가지 세부정책들을 포함한 개념이다. 세 가지 정책은 서로 성격이 상이하므로 각각 다르게 접근해야지 복지라는 한 용어로 접근하면 서로 간에 유리한 면만을 머리에 두고 정치투쟁하게 된다.

첫 번째 정책은 빈곤층을 도우기 위한 정부의 소득보조정책인 ‘빈곤복지’다. 일반적으로 복지라고 말할 때 빈곤복지를 생각할 정도로 대표성이 아주 강하다.

두 번째 정책은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과 같이 개인위험에 대처하는 보험기능을 개인이 아닌, 국가가 담당하므로 사회보험이 되는 ‘보험복지’이다. 빈곤복지가 빈곤층에 한정해서 정부가 지원하는 만큼 선별적 복지가 되는 반면, 보험복지는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므로 보편적 복지다. 따라서 정부의 복지정책인 빈곤복지와 보험복지 만을 보더라도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라는 정치구호로서 논쟁하는 게 얼마나 잘못된 접근인지 잘 알 수 있다.

세 번째 복지는 조금 복잡한 것으로, 기본적으로는 각자 소비수준을 결정해야 하는 사유재이나 소득이 낮다고 해서 일정수준으로 소비하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해가 되는 재화다. 학교급식, 보육, 교육, 간병 서비스 등과 같이 중산층 이상 계층은 스스로 소비수준을 결정하지만, 저소득층 이하는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면 일정수준으로 소비하기 어려워진다. 이를 ‘서비스복지’라고 명하자.

따라서 복지정책은 크게 ‘빈곤복지’, ‘보험복지’, ‘서비스복지’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복지정책방향을 논의할 때는 어느 복지인지를 먼저 밝혀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 정치논쟁 하는 복지정책은 세 번째 복지영역인 ‘서비스 복지’다. 현재의 서비스복지는 선별적 복지형태로서 소득이 낮은 계층에 대해서만 이들 사회서비스를 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기 전에 약 8%에 해당하는 저소득층 자녀에 대해선 무상급식이 제공됐다. 그러나 서비스복지를 부자를 포함해서 모든 계층에 무상으로 확대하자는 것이 보편적 복지다. 따라서 보편적 복지란 서비스복지에 대한 정책방향 만을 의미하지 ‘빈곤복지’를 의미하지 않으며, 또한 빈곤복지를 강화하자는 의미도 아니다.

서비스복지를 보편적 복지로 하자는 정책안은 부자까지 포함해서 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 정책방향이 현재 한국의 경제수준에 맞는 길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가져야 한다. 정치논쟁에서는 빈곤복지와 보험복지에 대한 논의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빈곤복지에 관한 것인 양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복지확대 주장이 마치 빈곤층에 대한 복지를 확대하는 것처럼 확대 해석되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논쟁의 핵심은 정부가 제공하는 무상 서비스복지에 부자를 포함해야 하느냐다. 따라서 보편적 복지란 부자복지를 의미하며, 선별적 복지란 부자를 제외하자는 것이다. 결국 부자계층에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경제학에선 이러한 논쟁에 대해 확실한 정책방향을 제시한다. 정부는 부자에 개입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부자는 상품선택에서 까다로운 계층이다.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획일적이므로 부자계층은 절대 정부서비스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는 게 자명하다. 정부는 부자가 좋아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바에 부자계층에 가는 재원을 아까서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더 투입하는 게 경제적으로 옳은 방향이다.

◇현진권 교수 약력

△1959년 4월 22일생 △카네기멜론대학교대학원 박사 △前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비서관 △前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現 아주대학교 재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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