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과제

입력 2012-03-19 08:58 수정 2012-03-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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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지난 16일 차기 회장으로 재선임됐다. 이날 정 회장은 "향후 3년은 2020년 매출 200조원을 달성한다는 비전의 토대를 다지는 기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지난 1월말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모습을 보였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49재 참석때문이다. 신년 인사회에 이어 한달 새 두 번째 방문이다. 이날 포스코 사내에는 창업자의 업적을 기리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는 특별 방송이 울러 퍼졌다.

정 회장은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대되며,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자리에서 “애국심을 갖고 일해달라. 더 크게 성장해 세계 최강의 포스코가 돼 달라”는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유훈을 실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미 고인의 뜻을 실행하고자 하는 정 회장의 활동은 시작됐다. 지난 2009년 취임 후 두 번째로 지난달 자사주 100주를 매입했다. 이날 73명의 포스코 전 임원들도 자사주 4351주를 매입했다. 전 임원이 주식을 사들인 것은 처음이다.

고인이 된 박 명예회장이 사업 확장과 함께 많은 공을 들였던 게 바로 주가였다. 국민기업 포스코가 좋은 성과를 내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국민들도 함께 부를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철학에서다.

3월 16일. 정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다. 박 명예회장이 부재한 가운데에서 포스코호의 선장직을 다시 맡은 정 회장. 앞으로 3년 임기 동안 수익경영과 함께 주가를 통한 시장 신뢰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철강맨’…뚝심경영 펼친다= 정 회장은 오는 27일 열리는 포스코청암상 시상식에서 창업자를 대신해 포스코 회장 중 처음으로 시상자로서 무대에 선다. 달리 표현하자면 지난해 12월 포스코의 정신적 지주인 박태준 명예회장이 별세한 뒤 ‘아이언 맨’ 박태준의 그늘에서 벗어난 첫 포스코 회장이 되는 셈이다.

올해는 4월에는 총선, 12월에는 대선 등 정치의 계절이 연이어 다가온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리며 경영에 견제를 받아왔던 정 회장으로서는 박 명예회장의 부재가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정 회장은 과거보다 더욱 강력한 경영목표를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 증명을 통해 정치권으로부터 영구 독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난 2009년 임기를 1년 2개월 남기고 자진 사퇴한 이구택 전 회장에 이어 포스코 7대 회장에 취임했다. 철강 제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제강부장, 제철소 부소장, 제철소장에 이어 포항과 광양제철소를 총괄하는 생산기술부분장(COO)을 역임하는 등 철강 분야에 전문지식을 갖춘 대표적인 엔지니어다. 기술을 중시하는 ‘정통 철강맨’이다.

정 회장은 소문난 독서광이다. 한 달에 5권 이상의 역사, 과학, 문화 관련 책을 읽는 그는 엔지니어임에도 불구하고 문화, 예술, 역사, 철학 등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회 각계 각층의 인사들과 만남시 항상 풍부한 화제와 유머로 만남의 분위기를 리드하는 능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은 지난 1975년 공채 8기로 포스코(당시 포항제철)에 입사했다. 임원으로 승진한 것은 입사 27년 만인 2002년. 54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상무 자리에 오른 그는 이듬해 광양제철소 선강담당 부소장이 됐다. 2004년 전무로 승진한 정 회장은 2006년 부사장, 2007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고속 승진을 거듭하다 2008년 말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포스코건설 사장을 맡은 지 불과 2개월 만에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직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 그 과정에 정치적 변수가 작용했다는 의혹이 정 회장을 곤혹스럽게 했다.

정 회장은 지난 임기 3년 동안 포스코의 외연을 넓힌 CEO로 평가 받고 있다. 2010년 플랜트업체인 성진지오텍과 대우인터내셔널을 잇따라 인수했으며, 국내외에 약 40여개의 신규법인을 설립했다. 철강과 함께 소재사업을 적극 육성해 종합소재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비전 2020’도 정 회장의 작품이다.

◇자축할 시간이 없다= 정 회장은 첫번째 임기 3년 동안 포스코를 많은 부분에서 변화시켰다. 그러나 ‘더 많이 변화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출발을 앞둔 그에게는 자축할 여유도 없다.

2012년은 정 회장의 롱런을 보장할 가장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올초 신년 프리젠테이션에서 “올해 임진년은 임진왜란 당시 시대상과 유사하다고 해도 될 정도로 대내외적으로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전제했을 만큼 정 회장도 쉽게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2009년으로의 회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암담하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인수합병(M&A)을 전담하는 포스코의 전략사업실. 지난해 대한통운 인수가 좌절된 후 호주 대형 철강사 원스틸 인수 검토 작업을 돌연 중단하고, 폴란드·헝가리 등에서 소규모 철강업체 인수를 추진했으나 성사시키지 못했다. 재무건전성 유지에 비상에 걸린 탓에 가용자금이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급기야 정 회장은 지난달 철강소재 제조사인 포스코 캠텍과 정보기술(IT) 엔지니어링 업체인 포스코 ICT의 지분을 매각키로 했다. 또 비상장 계열사인 포스코파워와 포스코특수강도 연내 상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실제로 지난 2010년초 7조원에 달했던 포스코의 현금성 자산은 올 들어 2조원 대로 급감했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이 악화되면서 부채 비율은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통상적으로 6조원 안팎을 유지해 온 포스코의 연간 영업이익이 지난해 4조2000억원으로 급감했다. 2009년 54.5%였던 부채비율이 지난해 92.4%까지 높아졌다.

정준양 회장 1기가 외연을 넓히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면 2기는 내실을 다지고, 국내외에서 벌여 놓은 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 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대외적으론 유럽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대내적으론 현대제철 등 후발주자와 중국산 저가제품의 거센 추격 등 안팎의 도전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과거 정권 교체기 때마다 포스코 수장들이 교체된 전례를 감안할 때 연임 이후 벌어질 정치권의 외압도 변수다. 정 회장 2기가 정권교체기의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2020년까지 매출액 200조원 달성이라는 중장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성장을 이끌어 낼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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