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글쭈글한 주름 사이로
거친 풍상 헤쳐 온 평생이 보인다
눈 비 맞을수록 마음은 한 자나 자라서
곁가지 하나 더 밀어올린다
싹 틔우고 꽃피고 이파리 질 때까지의 공정은 그의 임무
그러나 노동의 대가로 받은
거무튀튀한 외투 한 벌만 그의 전 재산이다
늘 같은 자리에서
지문이 닳도록 한가지 생각만 해 온 늙은 홀아비
봄바람에 두꺼운 등짝이 가렵다
부스럼 많은 시절은 누가 긁어주나
저기 낮게 피는 꽃
저기 낮게 흔들리는 바람
花르르, 튀밥같은 하얀 웃음이 한 소쿠리 퍼진다
홀아비의 사랑은 사랑 아니냐고
오래 생각해 둔 궁리인 듯 지금 꽃멀미중이다
뜨거운 고백을 엿듣기 위해
서둘러 돗자리부터 까는 사람들
빈 잔에 술을 붓고 꽃잎의 투신을 기다린다
그립다고
함부로 긁지 마라
홀아비꽃아, 너도 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