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허와실']'중동 드림' 다시 뜬다지만…'일장춘몽' 끝날 수도

입력 2012-03-22 08:55 수정 2012-03-2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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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수주고 중동 시장은-"오일머니 덕 보자" 너도나도 중동 진출…수주액 82% 급감

▲유가 급등으로 오일머니가 쌓이면서 '제2의 중동 붐'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해 있지만 지난해부터 중동지역 수주가 대폭 감소하는 등 지표상으로 보여지는 실상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오일머니가 중동에 몰리면서 다시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제2의 중동 붐’기대감이 커지면서 벌써부터 들썩거리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해외건설 수주 확대 모멘텀을 살려 대규모 신규 발주가 예상되는 중동, 아시아 시장을 공략해 해외건설 700억 달러를 수주한다는 목표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에도 불구하고 해외건설 경기의 급격한 침체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에 따른 행보로 보여진다.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유가 폭락 우려 또한 크지 않다는 점도 고무적으로 보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아직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된 상황에서 이 같은 행보는 너무 이르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동시장에서 우리 업체들이 위상과 활동은 변함이 없었지만, 프로젝트의 추진과 발주는 정치적 불안정과 재정문제로 인해 당초 예상과 달리 많지 않았다.

아랍 민주화 봉기로 중동지역 지도자의 리더쉽이 약화되는 등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각종 프로젝트의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파는 고스란히 국내 건설사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중동지역에서 한 해 수주금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적 위치라는 점을 감안할 때 중동지역 정정불안은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액을 깍아먹는다.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를 분석한 결과 20일 현재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의 외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금액은 총 36억7573만 달러 규모다. 지난해 동기 대비 87억7455만달러에 비해 60% 가량 급감한 실적이다. 이 중 한국 해외건설 수주고의 50~60%를 차지하는 주력시장인 중동의 감소폭은 더욱 컸다. 동 기간 중동 수주 물량은 10억1773만3000달러로 지난해 55억7108만5000달러 보다 82% 급감했다. 공사 건수도 지난해 21건에서 16건으로 줄었다.

중동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 나라가 가장 해외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산업설비 즉 플랜트 사업도 69%나 감소했다.

정부와 해외건설협회도 해외수주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특별한 원인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글로벌 재정위기 속에서도 중동지역은 유가 고공행진 아래 돈이 넘치고 있지만 이상하게 발주량이 많지 않다는 알 수 없은 설명만 늘어놨다.

해외건설 시장 진출에 대한 문제점은 발주량 감소에서 뿐 아니다. 바로 중동지역 진출이 몰리면서 늘고 있는 우리 업체들간의 수주경쟁이다. 올해 우리나라 건설사가 진출 국가수는 55개 나라로 그대로이고 업체수는 109에서 115개사로 6% 늘었다는 것은 과당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현대건설을 비롯해 삼성, 대우, 대림, GS, SK 등 대형건설사들이 해외 수주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과당경쟁으로 인한 ‘덤핑수주’는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해외 플랜트 강자로 자리매김한 대형건설사의 저가수주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국내 기업들은 해외 공사를 따내기 위해 예정가격 대비 70%에서 50%까지 가격을 내린다는 후문까지 들릴 정도다.

여기에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현 원전사고로 안전문제가 재차 부각 되면서 관련 사업을 파기하는 분위기도 700억달러 수주 달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 원전 르네상스로까지 언급되던 세계 원전 시장을 일순간 냉각시키면서 UAE 원전 수주성공으로 형성됐던 우리 건설업체들의 추가 수주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제2의 중동의 봄을 꿈꾸며 진출했던 건설사들이 수주를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해외건설협회는 지난 2010년 유엔 안보리가 대이란 제재를 결의한 뒤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이란 석유자원 개발 및 정유제품 생산·수입과 관련된 신규 투자와 수주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정부가 사업을 원천 봉쇄한 것은 아니지만 업체 스스로 중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에 따른 손해는 고스란히 업체의 몫으로 남는다.

대표적인 업체가 GS건설이다. GS건설은 2009년 10월 이란 사우스파스 6~8단계 가스탈황 플랜트 공사를 1조6498억원에 수주했다. 당시 GS건설 매출액(7조3800억원)의 19%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수주 8개월 만인 지난 7월 “미국과 유엔의 대이란 제재 강화 이후 국내 은행들과 이란 금융기관 간의 거래 중단으로 자금회수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사업진행이 어렵게 됐다”면서 계약을 해지했다.

2005년 현대건설이 2~5단계 시공을 맡아 화제가 됐던 사우스파스 가스처리시설 등도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우리는 국제 정세가 불안한 중동 보다는 타 건설사와 차별화된 중남미나 동남아시아 등에 진출하는 편이 이익측면에서 훨씬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앞장서 700억 달러 수주목표 달성을 위해 자금력, 인력, 기술력, 외교력 등 전 방위적 지원대책을 마련하면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중동 정세가 안정되지 않아 수주액은 지난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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