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특수요? 이젠 옛말입니다”

입력 2012-03-2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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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충무로 인쇄골목…

“파리 날립니다. 오늘 하루 종일 놀고 있으니… 선거특수는 딴세상 얘기죠.”최광열 ‘대광인쇄’ 사장의 어깨가 축쳐졌다. 팸플랫, 책자, 카탈로그를 제작하는 ‘대광인쇄’는 충무로 인쇄 골목에서 가장 큰 인쇄 업체중 하나다. 이 업체는 몇년 전만 해도 경쾌한 기계음으로 인근 골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기자가 찾은 20일 이 업체의 인쇄기는 하루종일 돌아가지 않았다. 불황의 여파로 얼마 전부터 하루 12시간, 1부제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최 사장은 “인쇄업이라는 게 하루에 12시간씩 2부제로 밤낮으로 돌려야 수지타산이 맞는데, 지금은 1부제 운영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혀를 찼다.

충무로 인쇄단지 입구의 봉투전문 업체 ‘신양봉투’도 실정은 마찬가지다. 이 업체에서 근무하는 김 모씨는 “예년 이 맘때 쯤은 담배 피러 나가기가 눈치 보일 정도로 바빴는데 요새는 그런 거 없다”며 담배 연기를 뿜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4월과 12월 두번의 선거에서 선거 벽보, 책자, 명함, 투표용지, 봉투까지 약 2만t 정도의 종이가 쓰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약 250억원 정도 규모다. 하지만 이는 추정치일뿐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인쇄업계는 보고 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부터는 SNS(소셜네트워크)를 통한 홍보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 1인당 5억원이었던 온라인 홍보예산이 이번 선거에서는 10억원으로 늘었다.

최 사장은 “지난 총선이나 지방선거만 하더라도 선거기간 내내 기계를 돌렸지만 올해는 기껏해야 일주일 정도 일감밖에 확보하지 못했다”며 “최근 대형 기획사가 몇군데가 일감을 독식하고 온라인 홍보가 활발해져 특수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예전처럼 인쇄 물량이 충무로 기획사나 디자이너를 통해 인쇄소로 넘어오는 것이 아니라 대형업체에 일괄의뢰하는 현식으로 바뀐 것도 충무로 인쇄특수가 소멸되는 이유라는 것이다.

남원호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 생긴 전문 광고, 디자인업체들이 온·오프라인을 선점해 상대적으로 마케팅능력이 떨어지는 영세 인쇄업체가 물량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며 “선거특수는 없다고 해도 틀린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인쇄업의 공장 가동률은 전년 대비 5.3%포인트가 올랐다. 2002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분위기면 총선과 대선이 있는 2012년엔 다시 인쇄업계가 호황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상승세를 유지했던 가동률은 올 1월이 되자 다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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