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실 숙대 총장 해임은 이사회의 보복?…前·現 총장 암투설도

입력 2012-03-2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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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실 총장 “총장 해임 무효 소송, 사퇴 없다”…이사회 “한 총장, 임기 앞두고 이사회 업무 방해”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과 학교 재단인 학교법인 숙명학원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총장과 재단 이사장이 한꺼번에 물러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학교는 술렁이고 있다.

숙명학원은 22일 오전 김포공항의 한 카페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한 총장이 총장으로 재직한 3년 동안 이사진에게 부당한 비난, 퇴임 압박을 했고 이사회의 의결을 받아야 할 여러 사항을 의결 받지 않는 등 이사회의 업무를 방해했다”며 한 총장의 해임을 의결했다.

이에 대해 숙대 측은 “학교법인 숙명학원은 22일 열린 2012년도 제1차 이사회에서 한 총장의 해임을 위법적으로 의결했다”며 즉각 반발, 현재 법원에 이사회 결정에 대해 가처분신청을 한 상태다.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이번 결정은 효력을 잃는다. 하지만 가처분신청이 기각되더라도 본안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남아 있어 양측의 공방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사장 승인 취소에 보복성 해임? = 이번 갈등은 재단 기부금 전용 문제가 발단이 됐다. 재단 측이 1995~2009년 들어온 685억원의 기부금을 재단 계좌로 이체한 뒤 이를 다시 재단 전입금 명목으로 대학으로 입금한 사실이 적발됐다.

학교 측은 성명서를 내고 “기부금을 재단 전입금처럼 위장했다. 이에 책임을 지고 이사장과 이사진은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5일 교비회계에서 법인회계로 돈이 흘러가는 것을 금지한 사립학교법 29조를 위반했다며 이용태 숙명재단 이사장과 전·현직 감사를 포함한 이사진 6명의 이사 승인을 취소했다. 이 이사장 해임은 오는 30일 청문 절차를 거쳐 내달 확정된다.

이에 이 이사장은 기부금 문제가 불거진 것은 한 총장 측이 내부 문서를 흘렸기 때문이라고 보고 자신의 이사 승인 취소가 확정되기 전 이사회를 열어 한 총장을 전격 해임한 것이다.

재단 측은 “발전기금을 재단이 받아 학교에 기부하는 형식으로 처리한 것은 정부의 대학지원 사업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것이었지 횡령 한 것은 아니었다”며 “그 내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한 총장이 8월 임기 마감을 앞두고 연임을 위해 재단 이사들을 몰아내려고 기부금 문제를 터뜨렸다”고 주장했다.

현재 재단 이사들은 이경숙 전 총장 측 인사로 구성됐다. 이에 따라 이번 갈등은 이 전 총장과 한 총장 간의 암투가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 총장 측은 “14년간(1994~2008년) 총장으로 재직한 이 전 총장이 퇴임 후에도 이사회를 통해 한 총장을 견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재단 이사회 측은 “한 총장이 이사회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대학행정을 밀어붙여 불거진 일”이라며 “이번 사태는 이 전 총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한 지붕 두 총장, 학교 술렁 = 숙명학원은 한 총장 해임 결정 후 이 전 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구명숙 교수(국어국문과)를 총장서리로 임명한 상태다.

하지만 22일 숙대 최고 심의기구인 교무위원회가 이번 총장 해임이 위법한 절차로 진행돼 법적·도의적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 한 총장이 정상적 직무를 수행할 것을 의결함에 따라 한 총장은 오늘 정상적으로 출근할 것으로 보인다. 한 총장 측도 “사퇴할 생각이 없고 계속 출근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 지붕 두 총장’ 체제가 되면서 학교는 술렁이고 있다. 한 학생은 “한 총장이나 재단 측이나 이런 상황을 만든 것 자체가 부끄럽다”며 “학생들에게 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빨리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교수들이 선출한 총장을 마음대로 해임하는 것은 이사장이 승인 취소에 불만을 품은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한편 숙대 측이 이번 총장 해임 의결에 대해 안건 자체가 이사회에 상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사회가 해임 결정을 내린 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양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숙대 관계자는 “가처분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언제 날지는 아직 모른다”며 “가처분신청이 기각됐을 때 본안소송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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