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지난 2009년 국내에 아이폰을 도입, 스마트폰 시장 활성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이폰 도입 이후 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스마트폰 체제로 빠르게 재편됐으며, 경쟁사들 간의 기술개발경쟁으로 스마트 혁명을 촉발했다.
또 취임과 함께 KT·KTF 합병, 대규모 구조조정, 부동산 매각, 인수합병 강화 등을 통해 국가기간통신사였다는 과거에 안주한 KT의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주가 하락과 수익성 악화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 회장의 개혁의지는 단호하다. 이 회장은 “이동통신 시장에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된 지금은 통신사업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며 “비통신 부문 사업강화를 위한 지난 3년 간의 투자는 맥아더 장군이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했던 것처럼 반전의 기회를 잡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장(勇壯) 스타일 경영= 이석채 회장은 2009년 KT 대표이사로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유선사업자인 KT와 무선사업자인 KTF를 합병하면서 통신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지속적으로 양사의 합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합병에 따른 천문학적 소요비용이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당초 합병예상비용으로 추산된 1조700억원의 약 3분의 1 수준인 2980억원으로 통합을 마무리했다.
또 취임하자마자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조직에 새바람을 불어넣었으며,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아이폰 도입도 취임한 2009년에 모두 시행하는 등 역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도 이 회장에 대해 “기대보다 훨씬 급진적인 비즈니스 리더”라며 “아이폰 도입 등으로 한국 통신시장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이 회장의 역동적인 모습은 그가 유년시절 수 십차례를 반복해서 읽었던 ‘삼국지’로부터 나왔다. 이 회장은 삼국지를 통해 ‘관우의 신의와 기개’에 큰 감동을 받아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과거 공직에 몸 담았을 때에는 이 회장의 별명은 ‘경제기획원의 마지막 투사’.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시절 당시 여당(신한국당)이 인천국제공항 건설에 투입되는 예산을 대도시 지하철 건설비로 돌리자고 했지만 그는 끝까지 버티며 인천국제공항건설에 대규모 예산을 집행토록 했다. 고위 공무원들이 자신의 향후 입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당의원들을 상대로 반대의견을 내기 쉽지 않은 국내 정서를 고려할 때 그가 왜 ‘투사’로 불렸는지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에피소드로 전해진다.
◇“더 이상 공짜 점심은 없다” 쓴소리 거침없어= 이석채 회장은 소신을 가지고 거침없는 발언을 하기로도 유명하다.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회장은 스마트 TV 제조사를 상대로 “더 이상 공짜 점심은 없다”며 망 대가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삼성전자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네트워크는 공공재가 아닌 KT가 투자한 사유재산”이라며 “스마트 시대의 인터넷 요금은 사용자뿐만 아니라 기업 공급자도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KT의 스마트TV 인터넷 망 접속제한 건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지속적으로 망 대가 이용의 적합성에 대해 강조했으며, 이번 발언도 그의 평소 생각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방통위 조사 정황이 KT에게 불리하게 흘러갈 것으로 판단한 이 회장이 현재 논의 중인 망중립성 정책에서 KT가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선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이 회장의 거침없는 발언은 지난 16일 주총현장에서도 나타났다. 당시 이석채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주총 현장에서 거세지자 “주총진행을 방해할 경우 주총규정에 의거해 퇴장조치하겠다”고 말하고, 실제로 일부 주주들을 퇴장조치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연임을 반대한 주주들은 현재 KT의 주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폭락한 점을 꼬집으며 이 회장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또 주파수정책 실패와 2G종료로 인한 소송비용, LTE시장에서의 고전 등 다양한 이유를 들면서 이 회장의 연임을 반대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주총현장에서의 이 회장의 모습은 평소 그의 경영스타일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연임을 반대한 주주들의 목소리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경영철학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회사 내부와 주주 일부들이 이 회장의 연임을 반대했던 이유를 2기 경영과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 프로필
△1945년 경북 성주 △경복고 △서울대 경영학과 △美보스턴대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 7회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농림수산부 차관 △재정경제원 차관 △정보통신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자문위원 △KT 대표이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