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31국 평균 지하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9.2%에 달한다. 불가리아가 GDP 대비 32.6%로 최고 수준이다. 스위스가 8.1%로 가장 낮다.
유럽 재정위기 사태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의 지하경제 규모는 GDP의 4분의1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지하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경제 회복은커녕 3차 구제금융을 받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린츠대학의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교수는 “그리스의 지하경제는 무역·소비재·서비스 분야에서 지난 200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4.3%에서 2010년 25.4%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는 영국의 10.7%와 독일의 13.9%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그리스 경제의 공공연한 문제이자 가장 큰 골칫덩리는 바로 탈세다. 일부 의사들은 환자에게 치료비 명목으로 200유로에 달하는 웃돈을 요구한다. 이같은 돈은 장부에 적히지 않고 당연히 세금을 내지 않는다. 국민들 역시 이른바 상류층의 탈세를 이유로 세금 납부를 거부하는 악순환이 연출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민간세금징수팀을 그리스에 파견해 이러한 탈세문화를 뿌리 뽑기 위해 나섰다. 그리스의 행정개혁에 투입된 ‘그리스 태스크포스(TFGR)’는 세금 체납액만 회수되도 그리스 재정은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효율적인 법률 체제로 인해 탈세범에 대한 판결에만 7~10년이 걸린다. 슈나이더 교수는 “그리스의 경제 침체로 지하경제 규모도 올해 GDP의 24.3%로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기 그리스로 우려를 키우고 있는 이탈리아도 지하경제 비상에 걸렸다. 이탈리아의 GDP 대비 지하경제 비율은 21.8%에 달한다.
마약 밀매·대부업·폭력단 갈취 행위·무기 매매와 밀매가 성행하는 이탈리아의 범죄조직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지난 2008년 기준 최소한 1670억달러로 추정된다. 탈세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영수증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가격을 20% 올려 받는 실정이다.
이탈리아는 지난 14일 540억유로 규모의 긴축 재정안을 통과시켰다. 이탈리아 정부는 성실한 납세만이 국가 재정을 살릴 수 있다며 국민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않다.
광고기획사 사치앤사치는 정부의 특별 요청으로 탈세와의 전쟁을 선언하는 광고 두개를 선보였다. 이는 탈세자들을 ‘사회의 기생충’으로 묘사하고 “모두가 세금을 내면 세금은 모두에게 되돌아 간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스 이탈리아에 이어 OECD 국가 중 지하경제 규모가 3위를 기록하는 스페인의 지하경제는 2010년 기준 GDP의 약 20~23%로 추정된다. 당국에 따르면 연 평균 880억유로에 달하는 세수가 새고있다. 경제위기에 따라 취업을 했지만 실업수당을 계속해서 받는 등 생계형 범법자들도 늘고 있다. 지하경제 관련 인원만 지난 1998년 150만명에서 2008년에 400만명으로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