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시장 살리려면 분양가 상한제 폐지·DTI 규제 완화를

입력 2012-03-2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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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지상 좌담

주택시장이 최악의 침체기를 겪고 있다. 주택 매매 거래가 실종된 탓에 일부 지방을 제외하면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전월세 가격은 폭등했다.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보금자리주택도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한 채 주택거래 저하를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투데이는 주택·부동산 전문가들을 모시고 ‘주택시장 살리려면…’이라는 주제로 지상좌담을 실시했다. 어느덧 MB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주택정책을 평가하고 시장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참여자>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 (이상 가나다순)

◇MB정부 주택정책, 10점 만점에 몇 점?

△김규정

7점을 주고 싶다. 시장 변화에 대한 빠른 정책적 대응과 보금자리주택 공급, 전세지원대책 등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제도적인 부분은 나쁘지 않았다. 비교적 빠른 대처와 정책 발표 등을 통해 금융위기 등에 의한 경착륙 우려 등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다만 외부 여건과 맞물려 실효 측면에서는 결과적으로 만족스런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고, 대책 발표 이후 법제화 과정이나 관련 부처·지자체와의 협의 등의 과정에서는 여전히 비슷한 문제가 답습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주택 공급량 등 성과적인 측면에서도 계획 대비 실행률이 낮은 편이고 주요 개발사업들의 지연 등도 아쉬운 부분이다.

△박합수

6점 정도. 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정체상황에서도 부자감세 논란, 강남상징성 등을 내세워 철 지난 규제인 투기지역, 양도세 중과를 아직 유지(물론 해제해도 지금은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음. 실기한 상황) 하는 등 정책 측면에서 한 템포 느린 모습이다. 세금에 대한 완화책이 나와야 하는데 MB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를 제외하고는 세금이 늘었다. 큰 전제인 부동산실거래가제도가 2006년 전면 도입돼 과세표준이 올라갔음에도 세율을 하향 조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거래 활성화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권대중

주택정책 하나만 보고 점수를 매긴다면 3점 정도. “서민들의 주택마련의 꿈,‘보금자리’로 책임지겠다”고 했던 MB정부의 정책은 참으로 좋았으나 결론적으로 실패라고 봐야 한다. 보금자리주택 정책은 최초 계획의 절반도 공급하지 못하고, 분양원가도 낮추지 못하면서 오히려 민간주택시장만 위축시켰다. 계획은 좋았지만 준비단계의 토지 확보가 어려웠으며 그린벨트를 푸는 것만으로는 분양원가를 낮추는 근본 처방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간과한 것 같다.

△박상언

2점을 주겠다. 선순환구조로 잘 돌아가던 주택시장 생태계가 황소개구리로 비유되는 보금자리주택의 대량공급으로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한번 파괴된 생태계가 다시 복원되기를 기대한다면 결론적으로 보금자리 주택의 대대적인 공급축소가 따라야 한다. 서민주택의 염가 공급이란 당초의 취지가 탈색해 버린 대량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고집하기보다 분양전환이 가능한 공공 임대아파트로 대거 돌려 서민의 주거환경을 실질적으로 안정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현 주택시장의 문제점 중 가장 심각한 부분은.

△박상언

수도권 주택거래 침체가 가장 큰 문제다. 극심한 부동산경기 침체로 지난 2월 전국 주택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 줄었다. 건설경기가 국내 GDP의 13%를 차지하고 있는 걸로 볼 때 주택거래량 축소는 서민들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인 연관산업과 국내경기에 악영향을 준다.

△박합수

거래 부진이 가장 큰 문제다. 주택가격은 대형은 2006년말 최고점 대비 약 30%, 중형은 10%, 소형은 상승해 최근에는 정체돼 있다. 현재, 가격이 이렇게 떨어졌음에도 거래가 잘 안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가격이 다시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투자성 상실과 주택을 구입할 소득이 없는 구매력 약화의 문제이다.

△권대중

주택거래 침체를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꼽고 싶다. 주택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하면 어렵게 주택을 구입한 서민들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주택거래가 활성화되면 거래가격도 어느 정도 움직일 것이고 민간건설업체도 신규주택 공급을 할 것이다. 그러면 서울·수도권지역의 주택공급 증가로 전세난이 완화될 것이며 주택부족현상도 해소될 것이다.

△김규정

거래량 감소와 연계된 하우스푸어, 가계부채 불안요인 등의 결합이다. 호황기 이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급등한 주택 가격 수준이 조정을 받는 것은 상대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트렌드 변화와 수요시장의 변화에 따라 전체적으로 거래시장이 침체되는 것은 여러가지 연계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대출을 이용해 고점에 주택을 장만한 실수요자들이 소위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사회적 문제를 포함해 처분을 통한 가계부채 정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DTI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이에 대한 의견은.

△박합수

DTI 규제는 완화돼야 한다. 현재 투기지역 40%, 서울 50%, 수도권 60%가 적용돼고 있는데, 수도권 수준으로 서울도 완화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대출규제가 완화된다고 바로 거래활성화로 연결될 상황은 아니다. 투자성 한계, 금리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실수요자인데 자금이 일부 모자라거나, 대출을 받더라도 상환능력이 있는 매수자를 위해 투기지역을 조속 해제하고 서울을 60%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권대중

DTI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보는 쪽이다. 현재 주택시장의 상황으로 봐서 DTI 규제가 완화 된다고 해서 당장 주택시장이 살아나지는 않을 것이다. 또 DTI 규제가 풀려도 LTV(주택담보인정비율)가 있기 때문에 은행권에서 채무자에게 상환능력에 관계없이 무조건 대출을 실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박상언

실수요자들도 DTI 규제로 집을 안 사는 바람에 전·월세 가격이 오르는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DTI 규제 완화는 기존 주택거래의 숨통을 터주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가계 부채문제로 DTI 전면 폐지가 어렵다면 탄력적으로 10% 가량 완화책을 시행해서 시장분위기를 살펴보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완화된 10% 만큼 가산금리를 적용하면 투기수요보다는 실수요자들위주로 대출이 나갈 가능성이 크다.

△김규정

가계 부채와 단기적인 효과 검토 측면에서는 규제 완화가 쉬운 상황이 아닐 것이다. 또 당장의 직접적인 거래 활성화 효과도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거래 부진이 유동성 부족이나 자금 부족보다는 가격 상승 기대감 저하에 의한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주택 경기의 장기 침체 상황이나 예상 수준 이상의 하락 조정이 나타날 경우에는 강남 투기지역 해제 등을 통한 상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정책이 있다면.

권대중_당장 효과를 볼 만한 정책은 없다. 다만 조금 앞을 내다보고 주택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한다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빨리 폐지돼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는 그동안 민간주택공급을 위축시켰고 이로 인해 전·월세 가격 급등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했다. 또한 뉴타운사업 등 정비사업에 대한 정책도 보다 체계적이고 현실적이며 실현가능한 정책들로 적극적 개입이 필요한 때이다.

△김규정

단기적인 추가 방안보다는 현재 지연 또는 보류 중인 기 발표 대책과 제도들을 마무리하고 시장 자체적으로 가격 조정에 따른 거래가 뒤따르도록, 시장성에 맡기고 잠시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박합수

거래세 완화, 보금자리주택 공급 제고 등이다. 첨언할 것은 대출금리의 안정적 유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9개월째 기준금리가 동결됐음에도 대출금리가 자꾸 올라가는 것은 우려되는 상황이다. 오히려 대출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 주택매수자가 부담이 덜어지고 매수의욕이 생길 것이다.

△박상언

분양가 상한제 폐지, 양도세 중과 완화, 취등록세 인하 등이 필요하다. 이들 규제의 완화는 주택공급 확대와 거래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지금까지 부작용만 많이 양산한 보금자리주택 전면 폐지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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