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의 대표 단체인 한국제약협회가 집안싸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기존 이사장단사와 신임 이사장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현재 새 집행부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는 형국이다.
협회 창립 이래 처음으로 이사장이 이사회에 부이사장 선출 권한을 넘겨 부이사장단이 추대됐지만 전임 이사장단과의 갈등이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적잖은 후유증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구심점이 돼야 할 협회가 한달 이상 표류하며 ‘식물협회’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거세지면서 수렁에 빠진 제약업계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윤 이사장은 “임의로 집행부를 구성하면 업계에 갈등이 생길 것을 우려해 이사회에 임명 권한을 넘겼다”며 “추대된 이사장들에게 (추대) 사실을 통보해 수락하게 되면 새 집행부를 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 선출된 부이사장단이 대부분 기존 집행부인 상위제약사 대표들일 것으로 예상돼 이사장직을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이같은 신·구 세력의 갈등은 중소제약사인 일성신약의 윤석근 회장이 지난 2월 23일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되면서 시작됐다. 기존 이사장이었던 류덕희 경동제약 회장의 재임을 지지하던 전임 이사장단사는 선거과정을 문제삼으며 회의도중 자리를 떴다. 이후 전임 부이사장단사는 회비 납부를 미루고 회무에 불참하는 등 업무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기존 이사장단사들이 새 이사장을 신임하지 못하면서 현재까지 협회 수장자리를 둘러싼 내부분열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협회 집행부 공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일괄약가인하, 한미FTA 발효 등 제약업계 현안 해결에도 난관에 봉착했다. 약가인하 취소소송이 ‘용두사미’로 전락한 것도 협회 내부갈등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얼마 전 상위제약사들이 모여 약가인하 소송 계약을 하려 했지만 협회 이사장 선출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지면서 무산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협회가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라며 “한 데 힘을 모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에 제약업계가 구심점을 잃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