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료의 진실]보조금으로 싸게 샀는데…청구서는 월정액 2배 ‘훌쩍’

입력 2012-04-02 09:26 수정 2012-04-0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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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요금 왜 비싼가-요금체계 사용료·단말기 가격 합쳐 정산…가격표시제 시행에도 보조금 따라 차이

# 지난해 3월 스마트폰을 구입해 쓰고 있는 A씨의 월평균 휴대전화요금은 13만~15만원 정도다. 월정액 5만4000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했지만 단말기할부금에 앱 구입비, 소액결제 등을 합치면 실제 청구요금은 가입한 정액요금의 2배가 훌쩍 넘는다. 스마트폰 때문에 통신요금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닌 A씨는 직장동료 B씨와 얘기를 나누다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휴대전화를 교체했는데 일반휴대전화를 쓰는 B씨의 단말기 할부금이 당시 최고가였던 스마트폰을 구입한 A씨보다 비쌌다. A씨는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최신 스마트폰을 일반 휴대전화보다 더 싼 가격에 샀는데 통신요금은 왜 더 늘어난 걸까?”

스마트폰 이용자라면 A씨와 비슷한 생각을 한번 쯤은 해 봤을 것이다. 일반휴대전화를 쓸 때와 비교하면 통신비가 확실히 늘었지만 어디서 왜 늘었는 지는 알기 어렵다. 비싼 단말기를 샀기 때문도 아니고 심지어는 요금제가 더 비싸기 때문도 아니다. 예로 든 A씨와 B씨의 휴대전화 요금명세서를 비교해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B씨는 A씨보다 기본료가 2배 가까이 높은 고액요금제를 쓰고 있고 단말기 할부금 또한 더 내고 있지만 요금 총액은 더 적다.

요금차이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말기 구입에 따른 요금할인액이 다르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B씨는 스페셜할인으로 A씨보다 6500원 많은 2만7500원을 매달 이동통신사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즉, 단말기할부원금만 놓고 보면 B씨는 74만3280원으로 67만4400원인 A씨보다 더 비싼 값에 휴대전화를 구입했지만 할인액이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싼 값에 휴대전화를 구입한 것처럼 보인다.

물론 스마트폰을 쓰는 A씨가 앱 구매 등으로 지출한 부대비용이나 요금제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장 큰 오류는 통신비와 단말기 가격이 한데 합쳐져 정산되는 통신요금체계에 있다. 현행 휴대전화 유통구조 특성상 이용자들은 이동통신사에서 요금제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휴대전화를 구입한다. 통신요금과 단말기 가격이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진짜 휴대전화 가격이 얼마인 지는 아무도 모른다. 설사 스마트폰으로 바꾸면서 통신비 지출이 늘어났다 해도 어디서 얼마나 늘어났는 지 정확히 가려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당신의 휴대전화 ‘진짜’ 가격은?= 5000만명에 달하는 국민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지만 자신이 쓰고 있는 휴대전화의 가격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각종 할인과 보조금 때문에 진짜 가격은 베일에 싸여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정부는 ‘휴대전화가격표시제도’를 시행했다. 휴대전화의 구입가격과 요금할인을 분리해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요금할인과 약정할인이 마치 단말기 값을 깎아주는 것 인양 호도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목적에서다.

요즘 휴대전화 판매점에서는 구체적인 단말기 가격을 제공하는 것이 의무화됐다. 예를 들어 판매원은“갤럭시노트의 판매가(할부원금)은 85만원인데 2년 약정 할부로 LTE62요금제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구매하면 매달 1만3650원을 내면 된다”고 안내한다.

그렇다면 갤럭시노트의 실제 판매가는 85만원일까? 정답은“그때 그때 다르다”다.

지난달 15일 공정위가 공개한‘휴대전화 판매 및 보조금 지급구조’개념도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실제 휴대전화 판매가격은 대리점에서 제시하는 약정외 보조금(제조사 장려금+이통사 장려금-대리점 마진)에 의해 좌우된다.

예를 들어 출고가 69만900원짜리 C라는 모델의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D대리점은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로부터 장려금 48만5000원을 받아 27만2000원의 마진을 남기고 차액 21만3000원을 소비자들에게 현금으로 지원한다. 즉, 69만9000원짜리 휴대전화의 실구입가가 41만1200원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만약 대리점이 C모델을 급히 처분하고자 보조금 전액을 소비자에게 지원한다면 공짜폰으로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출고가(할부원금)는 정찰제라고 하더라도 보조금 규모에 따라 실 구매가는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같은 기종이라도 구입조건(판매점, 요금제, 신규/기기변경)에 따라 누군가는 더 비싸게 사고 누군가는 더 싸게 살 수 있는 구조다.

서울에서 10년째 휴대전화 유통사업을 하는 장모(48)씨는 “보조금 때문에 휴대전화 가격이 부풀려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지금의 유통구조는 소비자들이 고가의 단말기를 싸게 사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만약 보조금이 사라지면 소비자는 80만~90만원짜리 스마트폰을 제값을 다 주고 사야 한다”고 말했다.

◇왜 최신 스마트폰이 일반폰보다 쌀까?=요즘 휴대전화 판매점에 나가보면 일반휴대폰이 스마트폰보다 더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고가만 놓고 보면 일반휴대폰은 비싸봐야 50만 원대로 90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스마트폰보다 훨씬 저렴한 것이 사실이지만 여기에 보조금이 개입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전에서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 모(31)씨는 “요즘 판매점에서 마진이 가장 좋은 제품은 LTE폰이다. 이동통신사에서 주는 보조금(약정보조금 및 요금할인)은 3G스마트폰보다 줄어드는 추세나 리베이트(약정외보조금)가 훨씬 많다”면서 “LTE가입자를 유치해야 매출이 올라가기 때문에 이동통신사들이 LTE폰에 리베이트를 쏟아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폰이‘공짜폰’으로 판매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인사업자인 판매점주 입장에서는 마진을 더 많이 남기기 위해 LTE폰 판매에 주력한다. 이에 비해 일반휴대전화는 이동통신사에도, 판매점주에게도 인기가 없다. 팔아도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저렴한 최신 스마트폰은 넘쳐나는 데 일반휴대전화를 제대로 된 가격에 구매하기가 힘든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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