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총선 앞두고‘민간인 불법사찰’파장

입력 2012-04-0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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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정권심판론’고민 vs 민주‘보수층 결집’경계

4·11총선 최대 변수로 떠오른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을 두고 여야가 모두 긴장하는 분위기다. 민간인 불법사찰이 전·현 정권 공방전으로 치달으면서 이번 선거에서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지 섣부른 판단이 어렵게 됐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여야가 초박빙의 흐름을 보이면서 이슈에 민감한 ‘스윙보터’(부동층 유권자)의 표심이 총선 명암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탓에 여야는 이번 사건이 미칠 파급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석만 세종대 교수는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새누리당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노무현정부의 사찰 기록이 드러난다면 민주통합당이 정치적 역공을 당할 수도 있어서 마냥 안심할 순 없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일단 야당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모양새다. 공세를 이어가며 ‘정권심판론’ 확산에 주력하자는 계획이다. 박지원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21세기 대명천지에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청와대와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공격했다.

민주당은 청와대가 ‘노무현정부에서 이뤄진 사찰이 80%’라고 한 데 대해서도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반박하면서 “이전 정부가 했다는 ‘더러운 물타기’는 MB 정권다운 발상”이라고 공세를 폈다. 그러면서 ‘대통령 하야’까지 언급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정권 심판론’과 대통령 퇴진이라는 프레임으로 본격화된다면 30~40세대 수도권 무당파 계층을 흡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부산·경남 등 친노무현세력이 출마한 곳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상황이 민주당에게 유리하게만은 돌아가지 않는 분위기다. 노무현정부의 사찰문제가 드러날 경우 ‘도덕성’ 을 무기로 여당에 공세를 폈던 민주당이 도리어 역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돈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불법사찰의) 80% 부분이 참여정부 시절에 있었던 것은 확실한 것 같다”며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이 ‘노무현정부에서 (불법사찰이) 없었다’고 하지만 경찰인력과 동원 등에서 독자적으로 했을 가능성은 전혀 부인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파문에 따른 ‘보수층 결집’도 민주당으로선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박선숙 민주당 사무총장은 전날 “무조건 우리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태도는 올바르지 않다”며 “여당의 지지층이 오히려 결집하는 양상이 포착돼 다시 한 번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불법사찰 의혹 특별검사제 도입을 놓고 새누리당이 먼저 “특검을 도입하자”고 주장한 반면, 번번이 특검부터 들고 나왔던 민주당이 이번엔 “특검 제안을 받을 수 없고 검찰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수사하자”고 나선 것도 이런 이해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전·현 정부를 싸잡아 비판하며 ‘박근혜도 피해자’라고 부각시킴과 동시에 특검을 제안해 ‘정권심판론’을 차단시키겠단 것이다. 민주당은 사찰을 이번 선거의 이슈로 부각시켜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론’을 강조하겠단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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