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증시 좌충우돌]석유 전자상거래 이게 뭡니까

입력 2012-04-03 08:30 수정 2012-04-0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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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증권부 팀장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 부산 본사. 석유제품 현물 전자상거래 개장식이 화려하게 개최됐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을 비롯, 허남식 부산시장,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장, 정유회사 사장단,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부산상공회의소, 대한석유공사, 한국석유유통협회, 석유업계 관계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첫 거래결과는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거래 건수는 단 1건. 둘째날인 2일에도 단 한건의 거래만 성사되며 이틀째 부진을 면치 못했다.

초라한 성적은 이미 예견됐었다. 당초 SK이노베이션이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대형 정유사들이 미온적 태도를 보인데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던 주유소들도 겨우 30분의1 밖에 참여하지 않았다. “석유 전자상거래 개설 후 약관이나 시장 상황을 좀 더 살펴본 후 참여를 결정하겠습니다." 개장 전부터 정유사들이 보인 일관된 반응이다.

석유 전자상거래에 3000~4000개의 주유소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참여 주유소는 일반 대리점을 포함해 약 130개사 밖에 되지 않았다. 참여가 저조했던 이유는 대부분 주유소들이 정유사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왔던 관행이 있어 정유사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거래보증금 현금 납부도 영세 주유소의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어처구니 없는 일은 이러한 분위기를 관계당국이라고 하는 곳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는 것. 정부는 자화자찬을 하며 석유 전자상거래로 정유4사간 경쟁유도로 기름값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우려는 그대로 현실화됐다. 정유4사들이 제시한 기름값은 시중에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과 별반 차이가 없었고, 공급가보다는 저렴할 것으로 기대했던 주유소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수호가를 제시했지만 결국 정유사들의 매도호가는 없었다.

정유사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은 좀 솔직해지자는 것이다. 정유사들은 그동안 정부의 유류세 인하를 강력히 주장하면서 더 이상 기름값 인하여력이 없다고 항변해 왔다. 그러나 막상 정유사들의 실적을 들춰보면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유가상승으로 영향으로 전분기보다 두배 가까운 실적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이 781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고 GS칼텍스 6000억원, S-Oil 5178억원으로 전망했다. 이익 호조세의 직접적 원인이 유가상승 덕이다. 그럼에도 정유사들이 수출호조 영향이라고 말한다.

정유사들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애써 웃음은 감추면서도 서민들의 물가부담은 나몰라라하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정유사들에게 시장경제의 원리를 무시하고 무조건적인 퍼주기를 강요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들은 아직 독과점 구조에 따른 전형적인 수혜자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아직 석유 전자상거래가 시행 초기라는 점에서 성급히 실패로 단정짓기는 힘들다. 하지만 정부의 무조건적인 밀어붙이기식 생색내기 전시 행정과 정유사의 탐욕이 계속되는 한 시장 실패는 불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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