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가인 "태웅오빠 코골며 자는 모습에 김샜다"

입력 2012-04-0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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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고이란 기자
“영화 ‘건축학개론’은 소주를 부른다.” 영화를 본 한 네티즌이 올린 감상평이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는 2일 누적 관객 167만 3805명을 동원했다. 개봉 2주차 만에 손익분기점150만 명을 가뿐히 넘겼다. ‘첫사랑’의 추억을 기억하는 남녀 관객들의 공감이 터진 것이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 언론시사회 후 우스갯소리로 ‘소주 판매량이 늘어날 것 같다’며 영화의 흥행세를 미리 점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의 배경에 ‘절세가인’ 배우 한가인이 있었다. 2004년 유하 감독 연출작 ‘말죽거리 잔혹사’ 이후 8년 만의 영화다. 단 두 번째 작품 만에 흥행 배우로 등극했다.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한가인은 영화 속 서연의 모습 그대로였다. 결혼 8년차 품절녀란 사실이 믿기지 않는 외모였다. 영화 흥행과 함께 그에게 붙은 ‘첫사랑의 아이콘’ 얘기부터 꺼냈다. 정말 어울리지 않는 파안대소부터 터져 나왔다.

한가인은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그런 얘기하면 욕먹는다(웃음)”면서 “나도 참 빈틈이 많은 사람인데 외모 덕을 좀 보는 것 같기도 하다”고 쑥스러운 듯 재차 웃었다.

▲사진 = 고이란 기자
다시 한 번 한가인과는 어울리지 않는 웃음이 카페 안을 울렸다. 대중들이 생각하기에 한가인은 조신하고 얌전하다. 하지만 실제 그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좋게 말하면 털털하고 수식을 빼면 푼수 같았다. 웃음 하나로 선입견이 바뀌었다. 의외였다.

그는 “주변 사람들은 나의 이런 모습을 다 안다”며 “내가 웃을 때 좀 이상한 소리는 내면서 웃는다. 옷차림도 레이스 달린 공주 옷만 입는 줄 알고 있다. 실제는 가죽 라이더 재킷에 부츠 같은 거 즐겨 신다. 터프한 여자다”며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린다.

영화 얘기로 들어갔다. 먼저 15년의 시간차를 두고 걸 그룹 ‘미쓰에이’ 멤버 수지와 한 캐릭터를 나눠 연기했다. ‘삼촌들의 로망’인 수지의 현재 역할을 맡은 기분이 어떨까.

한가인은 “영광이었다.(웃음) 잠시나마 이 나이에 삼촌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기분이랄까”면서 “(수지는)현장에서나 극중에서나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생이다. 다소 엉뚱한 면까지 있는 게 누구라도 좋아할 만한 친구아니냐”며 반문했다.

▲사진 = 고이란 기자
수지가 ‘첫사랑의 설렘’을 담당했다면 한가인은 극중 ‘첫사랑의 추억’이었다. 그 추억이 좀 ‘막나가는 모습’이라 당황스럽기도 했다. ‘2% 모자란 모습’부터 거침없이 뱉어내는 욕지거리까지.

그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서연의 모습에서 그 심정을 생각해 봤다. 더한 것도 뺀 것도 없이 오롯이 서연이 돼 그 순간을 느껴봤다”면서 “욕을 하는 장면에선 아마도 서연이가 창피해서 그랬던 게 아닐까. 하지만 현실 속 한가인은 정말 속이 시원했다. (욕을 하며 소리지르는 장면에서)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갈 정도였다”며 웃는다. 혹시 결혼 생활 동안 남편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여 폭발한 것은 아닐까. 한가인은 “(고개를 격하게 저으며) 우리 남편 같은 사람한테 스트레스 받으면 세상 누구와도 살지 못한다”면서 “너무 존경스러운 심성을 가진 남자”라며 추켜세운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남편이 아닌 대학시절 첫사랑이 있었음을 공개하기도 한 그다. 어떤 남자였을까. 키가 무려 187cm의 장신 훈남이었단다. 지금의 남편과는 정반대로 강인한 마초의 느낌이 물씬했다고.

▲사진 = 고이란 기자
그는 “대학 1학년 때 소개팅으로 만났던 사이”라며 “아마 TV 속 나를 보고 깜짝 놀랐을 것이다”며 즐거워한다.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묻자 “첫사랑이지 않냐”며 “이뤄졌다면 연정훈이란 멋진 남자를 만났겠느냐”고 다시 한 번 남편을 챙겼다.

영화 역시 비슷했단다. 마지막 결말을 두고 감독과 난상토론을 벌였던 과정을 귀띔했다. 결국 얻어낸 해답은 “현실과 이상의 경계”라며 “자세한 결말은 영화로 확인해 달라”고 애교 섞인 부탁을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장면으로 제주도 이층집 풀밭 신을 꼽았다. 애절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촬영에선 결코 그렇지 않았다며 한가인은 혀를 빼꼼이 내민다.

그는 “서연이가 승민(엄태웅)과 이별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마음을 나누는 장면인데 태웅 오빠 때문에 너무 김이 샜었다”면서 “감정이 잡혀서 몰입을 하고 옆에 누웠는데 글쎄 태웅 오빠가 코를 골며 실제로 잠을 자는 게 아닌가. 너무 웃기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라며 실없는 웃음을 뱉었다.

▲사진 = 고이란 기자
첫사랑에 대한 아련함을 담은 ‘건축학개론’을 찍으면서 혹시 설렘을 느낀 적은 없을까. 한가인은 공교롭게도 촬영 기간보다는 캐스팅 확정 뒤 영화사(명필름)를 방문한 첫 날을 꼽았다.

그는 “명필름이 내가 나온 고교(배화여고) 근처에 있다. 고교 시절 즐거웠던 추억이 한꺼번에 밀려와 눈물이 날 뻔했다”면서 “극중 제훈이와 수지의 촬영 부분은 또 내가 나온 경희대학교에서 찍었다. 다시 못 돌아갈 그리운 시절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며 잠시 생각에 젖었다. 혹시 다시 돌아가고 싶을까. 한가인은 “그립지만 그때의 젊음이 버겁다. 난 30대인 지금의 여유가 좋다. 40대가 되면 더 좋을 듯하다”고 손사래를 친다.

너무 착한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평생 나쁜 일은 해본 적이 없을 듯 했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살면서 경험한 가장 나쁜일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한가인은 “회사 회식 후 술에 너무 취해 한 지인 분의 차를 타고 가다가 뒷자리에 몰래 토한 적이 있다”면서 “그 후 너무 미안해 연락도 못 드렸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라도 미안한 맘을 전해드리고 싶다”며 얼굴을 붉혔다.

▲사진 = 고이란 기자
드라마 ‘해를 품은 달’과 ‘건축학개론’의 성공으로 당분간 러브콜이 쏟아질 그다. 다음 달 초 여행을 다녀온 뒤 드라마나 영화 중 차기작을 정할 예정이란다. 다만 앞으로 겨울에 촬영하는 사극은 정말 피하고 싶다며 몸을 떤다.

이투데이 인터뷰 마지막 공식 질문인 흥행 공약을 부탁했다. 동그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생각한 뒤 그가 한 말이다. “전신 가죽패션에 선글라스로 위장하고 명동 한 복판에서 몰래카메라로 인증 샷을 날리면 어떻겠나. 관객은 글쎄 얼마나 들으면 해볼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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