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금융노조위원장, 은행 영업시간 기싸움

입력 2012-04-0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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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 금융위원장 “고객의 편의를 외면하는 것이다”. 김문호 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김 위원장은 권한 없다”.

은행 영업시간을 놓고 금융당국 수장과 금융노조 대표가 맞붙었다. 현재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인 은행 영업시간을 30분 늦추는 방안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먼저 말문을 연 쪽은 김석동 위원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말경 언론을 통해 “(영업시간 변경에 대해) 지금이 어느 땐데 은행이 고객의 편의를 외면하는 논의를 하느냐”며 반대 입장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금융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아직 상존하고 있는 마당에 은행 영업시간 조정은 이기적인 처사라는 것이다.

이에 금융노조 대표인 김문호 위원장은 질세라 은행 영업시간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김석동 위원장의 발언이 언짢았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올해 산별중앙교섭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 간담회에서 “은행 영업시간 조정은 조심스럽게 하려 했는데 김 위원장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며 “김 위원장은 여기(은행 영업시간 재조정)에 권한이 없고 이는 노사간 자율적으로 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노조 측은 영업시간 변경 추진의 주요 배경을 높은 업무강도를 완화시키고자 함이라고 주장한다. 금융노조는 지난해 10월 28일부터 11월 30일까지 금융노조 산하 34개 지부 전직원을 대상으로 노동시간 실태 등을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업무강도가 더욱 강화됐다고 응답한 설문자 비율이 52.7%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3년 전 은행영업시간을 바꿨던 것에 대해선 “당시 얼리버드(early bird)가 유행했었고, 직원들과 고객들의 설문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현재 금융노조는 은행영업시간 변경에 대한 국민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향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안건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처럼 은행 영업시간을 놓고 두 수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지난 2009년 영업시간을 오전9시~오후4시로 바꾼지 3년밖에 안된 시점에 다시 영업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효율적인지에 대해 판단이 서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금융소비자와 직원들의 의중은 외면한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보여주기식’ 논쟁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직장인, 자영업자들이 은행 영업시간에 맞춰 업무 처리 하는 것에 익숙해졌는데 지금 또 바꾸겠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직원을 위한 처사인지, 고객을 위한 처사인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이미 답은 정해져 있는 문제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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