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전자회사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장용현씨(31·남)는 2007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시작하면서 게임 친구들을 사귀기 시작했다. 그는 5시 정도에 퇴근하면 6~11시까지 하루에 4시간가량은 게임을 했다.
장씨는 “대구가 고향인데 직장은 오산에 있어 평소 직장 동료 외에 친구들이 거의 없었다”며 “매일 하루 4시간씩 게임을 하면서 게임 친구들과 서로 고민을 이야기하고 일상을 공유하다 보니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 자체보다 게임 내 인간관계를 통해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며 “실제 인간관계의 정서적 기능을 그대로 대신한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프라인에서도 정기적으로 모임을 하고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이렇듯 최근 게임을 통해 만난 친구와 많은 것을 공유하고 실제 친구보다 더 돈독한 우정을 쌓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흔히 ‘게임 친구’라고 하면 게임 폐인이나 오타쿠(한 분야에 병적으로 집중하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를 떠올리기 쉬워 곱지 않은 시선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장씨는 “사실 만나보기 전까지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폐인같을 거라는 방송 등을 통해 굳어진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며 “실제로 내가 만난 사람들은 다들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었고 명문대생이나 공무원, 은행원, 공기업, 연구원, 한의사, 프로그래머 등 다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혼식때 식장에 화환이 세 개 있었는데 회사에서 보낸 것, 해병대 전우회에서 보낸 것, 그리고 게임 내 모임에서 보낸 것이었다”며 “앞으로 그들 중 누군가의 경조사는 꼭 챙길 예정이다. 그들을 실제 알고 지낸 사이만큼 신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