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EBS 배만 불려주는 ‘물수능’

입력 2012-04-0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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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사회생활부 기자

요즘 고등학교 교실에서 교과서를 찾아 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학교가 EBS 수능 특강 문제집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쓰지도 않을 교과서에다 문제집까지 별도로 사야 하기 때문에 돈을 이중으로 지출하고 있다.

이처럼 고3이 되면 사설 참고서를 사용해 수능 대비 문제풀이식 수업을 하는 관행은 몇 년 전부터 만연해 왔다. 최근에는 교육당국이 EBS 교재와 수능 연계율을 70%로 맞추겠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특히 EBS는 가장 많은 혜택을 봤다. 지난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임해규 의원이 전국 15개 시·도교육청에서 제출받은 ‘2011년 전국 고등학교 정규수업 EBS 교재 사용현황’에 따르면 조사 대상 1856개 학교 가운데 47%가 고3 수업시간에 EBS 교재를 활용했다.

EBS 교재 판매액은 2009년 712억원에서 2011년 1302억원으로 늘었고 하루 평균 강의 접속 건수는 14만여건에서 31만여건으로 증가했다.

일선 현장에서는 수능 시험에 대비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EBS 교재만 공부해도 수능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교육당국의 사교육 억제 정책이 EBS만 배불린 꼴이다.

지난해 수능 채점 결과 발표 당시 성태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수능에 의존한, 수능을 위한 사교육비가 매우 경감되고 있고 부정적인 효과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 부정적인 효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교육당국은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EBS 교재 연계율을 70%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한다. 사교육의 근본 원인은 뿌리 뽑지 못하고 EBS로만 대체하려고 한 정부의 사교육 대책이 한계에 봉착한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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