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에 치이는 게 음식점일 만큼 먹을거리가 다양한 두 나라에서 어느 상 위에 숟가락을 올려야 할지 고민스럽다면 간단한 간식거리부터 공략해 나가는 전법도 나쁘지 않다.
본래 이야기도 번외편이 더 솔깃한 것처럼 음식도 주전부리에 더 군침이 도는 법. 주전부리를 시작으로 천국의 맛 기행을 떠나보자.
홍콩에선 일단 계란빵부터 한입 꿀꺽. 작은 계란 모양의 빵이 포도송이처럼 A4용지 한장 크기에 조롱조롱 붙어 있는데, 홍콩인의 국민 간식으로 사랑받는 만큼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겉은 바삭한 반면 속은 부드럽고 고소해 자꾸만 손이 간다.
하나씩 떼어먹기도 편해 시장이나 길거리 구경시 출출한 속을 달래기에 안성맞춤. 계란을 이용한 간식거리로는 에그타르트를 빼놓을 수 없다. 소호 거리에 있는 타이청 베이커리가 유명하다. 반질반질 윤기가 도는 샛노란 속을 맛보면 홍콩의 마지막 총리가 출장길에 비행기로 공수해갈 정도로 이곳 에그타르트에 깊이 품었던 연정을 이해할 수 있다.
몽콕 재래시장은 주전부리의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곳. 쫄깃한 문어다리, 꼬들꼬들한 곱창, 감칠맛 나는 소시지, 쫀득한 카레 어묵 등 사람들이 줄지어 선 꼬치가게에선 내키는 대로 골라잡아도 우리 입에 착착 붙는다.
비첸향(美珍香) 육포도 놓칠 수 없는 아이템. 비첸향은 싱가포르에 본점을 둔 육포 브랜드로 맛 좋은 육포를 만들기로 아시아에서 정평이 나 있다. 육질이 살아 있으면서도 질기지 않고 촉촉한 맛이 과히 일품이라 주전부리계의 황태자라 칭할만하다.
먹거리의 향연 뒤에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목마름은 신선한 망고주스 한잔이면 단숨에 해소된다. 망고 디저트 전문점 허류산(許留山)의 망고주스는 탱글탱글한 과육과 신선한 과즙으로 현지인, 관광객 가릴 것 없이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타이완은 망고빙수가 유명하다. 사람 얼굴만한 그릇에 눈처럼 고운 얼음과 싱싱한 망고, 아이스크림을 3단으로 푸짐하게 올려낸다. 양이 상당해도 누구나 그릇 바닥이 보일 때까지 싹싹 비우니 맛에 대한 평가는 두말하면 잔소리.
타이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야시장인 스린 야시장에 가면 어른 얼굴만한 닭튀김 ‘지파이(?排)’도 있다. 생닭을 망치로 두들겨 넓적하게 핀 다음 매콤한 양념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내는 지파이는 한화로 단돈 2000원도 안 넘는다. 맛과 양, 가격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지파이는 시장 안 하오따따지파이(豪大大鷄排)가 맛집.
야시장 나들이에서 계란과 전분을 섞은 반죽에 신선한 굴과 야채를 듬뿍 넣어 부쳐낸 굴전 ‘어아젠(?仔煎)’과 냄새는 고약하지만 맛과 영양이 좋은 삭힌 두부 처우더우푸(臭豆腐) 시식이 빠지면 섭하다. 두꺼운 식빵 속을 파내 닭고기, 새우, 당근, 감자, 우유 등을 섞어 만든 따끈한 크림스튜를 채워 내는 토스트 관차이반(棺材板)도 타이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명물 주전부리.
미식기행 중간중간 버블티의 원조 전주나이차(珍珠?茶)나 노점에서 저마다 화려한 색을 뽐내는 싱싱한 열대과일로 입가심하는 게 다시 처음처럼 새롭게 천국의 맛을 탐닉하는 요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