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cine 해부학] 장점도 …‘시체가 돌아왔다’

입력 2012-04-0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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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가 아니다. 제목 속 ‘시체’란 단어에 주목할 필요는 절대 없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이 시체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덧붙여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는 난장판 코미디다. 뒤죽박죽을 넘어 꼬일 대로 꼬인 실타래에 눈이 어지럽다. 그래도 뚝심을 갖고 꼬인 실을 하나 둘 풀어내는 집중력을 발휘하면 결국 그 덩어리는 가늘고 긴 한 줄이다. ‘시체가 돌아왔다’의 스토리가 딱 그렇다.

전체 모양새를 보자. 중요한 무엇을 두고 등장인물간의 물고 물리는 꼬리가 계속된다. 한 사람이 뒤통수를 치고, 얻어맞은 사람은 또 그 사람을 쫒고 그러다보면 또 다른 상황이 발생하고. 영화는 매끄러운 기승전결 구조를 띠지는 않는다. 눈에 띄는 반전도 없다. 하지만 상황과 상황사이 간격이 ‘슬랩스틱’ 유머로 꽉 들어차 있다. 그 유머의 주요 포인트는 시체다. 시체가 대체 어떤 웃음을 줄 수 있을까. 국내 ‘날 연기’의 대가 류승범이 시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극중 동화(김옥빈)와 현철(이범수)은 자신들을 나락으로 밀어낸 ‘원흉’ 김 회장의 시체를 훔쳐 몸값을 요구하려 한다. 영화의 한 줄 줄거리다. 여기서 웃음 포인트 하나. 시체는 결코 움직여서는 안 된다. 죽은 사람이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그런데 ‘시체가 돌아왔다’에선 시체가 살아있다. 사체업자를 피해 시체 행세를 하던 진오(류승범)가 동화와 현철에게 납치되고, 생각지도 못하게 끼어들면서 산발적인 폭소를 만들어진다.

동화와 현철을 치밀한 계획을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 진오는 ‘시체가 돌아왔다’의 ‘몸 개그’ 담당 역할에 충실한다. ‘똘끼’로 가득한 영화 속 여러 캐릭터 가운데 독보적인 류승범의 연기는 극 전체의 리듬이 순식간에 반전되는 시작점이다. ‘진오’ 자체가 워낙 튀는 배역이기에 수위 조절에서 조금만 핀트가 어긋나도 영화 전체가 어그러지는 부작용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류승범의 탁월한 수위 조절이 그 리스크를 최소화 시키며 ‘난장판 범죄 코믹’극 흐름 줄기를 유지시킨다. 류승범이기에 가능했던 분명한 포인트다.

두 번째 웃음 포인트는 연속된 해프닝의 조율이다. 연출을 맡은 우선호 감독은 이번 영화로 장편 데뷔를 한 신인이다. 우 감독은 캐릭터와 상황이 맞물린 다소 꼬인 스토리 얼개를 꽤 영리하게 나눠놓았다. 인물 위주 상황을 배열한 뒤 각각의 플롯을 차례로 줄 세웠고, 그 배열의 틈바구니를 인물들이 일으키는 소소한 재미로 채워버렸다. 다시 말하면 이렇다.

시체를 훔치려는 동화와 현철→현철과 동화를 쫒는 스티브 정 일당→스티브 정을 쫓는 국가정보원 요원들→현철-동화와 우여곡절 끝에 한 배를 탄 진오→진오를 쫒는 사채업자→사채업자를 잡아 현철과 동화를 잡으려는 스티브 정→현철과 동화는 배신하는 진오.

이러 연속된 플롯 관계를 쫒는 가운데 잠깐이라도 한 눈을 팔면 ‘시체가 돌아왔다’는 이해 불가의 ‘패작’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각 인물군이 원하는 것과 플롯간 유기적 얼개는 비교적 쉽게 잡힌다. 때문에 관객들이 관람 시간 동안 길을 잃을 우려는 거의 없다.

세 번째는 편집의 미학이다. ‘시체가 돌아왔다’는 수많은 등장인물이 관여된 여러 개의 플롯이 퍼져가다 결말부에서 한 점으로 모인다. 유머코드가 각 플롯 사이에 존재해 쉼표 역할을 하지만 중후반부까지는 이야기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이야기 덩어리가 너무 많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점을 감독은 빠른 속도로 커버했다. 간격의 차이를 느낄 시간을 주지 않겠단 계산이다. 각 장면에서 쓰인 경쾌한 느낌의 음악으로 청각적인 부분도 신경 썼다. 다소 엉성한 듯 보이지만 꽤 치밀한 셈법이 동원된 셈이다.

마지막은 명불허전의 조연 열전이다. 코믹함과 진중함 그리고 카리스마 사이를 줄타기하는 ‘스티브 정’역의 정만식, 독특한 외양의 사채업자 ‘성구’ 역의 고창석, 진오의 절친 ‘명관’으로 나온 오정세의 능청스러움, '독립영화계의 보석' 유다인의 코믹연기는 ‘시체가 돌아왔다’의 또 다른 동력이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로만 놓고 보면 ‘시체가 돌아왔다’는 분명 기시감이 드는 스토리다. 이범수와 류승범의 극중 모습은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다. 김옥빈 역시 최근 한 케이블 방송에서 보여준 록 밴드 멤버의 모습과 중첩되는 부분이 많다. 조연 열전 멤버들은 어떤가. 팬들이 기억하는 딱 그 모습이다.

정리를 하면 이렇다. 신인 우 감독이 보여 준 안정된 지휘 능력은 확실하게 담겼다. 배우들의 연기도 코믹이란 장르에도 충실했다. 하지만 너무 충실했다. ‘시체가 돌아왔다’란 제목처럼 재기발랄성을 좀 더 살렸으면 어땠을까. 이 정도 얘기에 이런 배우들로 내놓을 결과물은 결코 아니었다. 개봉은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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