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전자업체 소니가 무너지고 있다. 한국의 삼성·LG전자와의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는 등 TV사업 악화로 지난해 약 2200억 엔(약 3조원)의 적자를 냈고, 올해 근로자 1만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소니는 화학사업 부문에서 5000명, 패널 부문에서 5000명 정도를 각각 줄일 계획이다. 1만 명은 소니 전체 인력(16만8200명)의 6%에 해당한다. 인력 감축과 함께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 등 집행 임원 7명의 상여금을 전액 반환하기로 했다.
소니는 또 사업재편으로 일본정책투자은행에 화학사업을 매각하기로 했고, 이달 1일 자로 도시바, 히타치제작소와 중소형 패널사업을 통합했다.
소니의 몰락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소니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인력도 1만6000명 줄이고 전세계 9개 TV 생산라인 중 5곳을 없앴다. 그러나 히라이 CEO 취임 후 처음 공개된 이번 구조조정안은 생산기지 통폐합 뿐 아니라 판매와 관리 분야까지 인력 감축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예전과 차이가 있다.
소니는 일본 국내와 해외 법인을 비롯, 개발과 생산 등 다양한 부문에서 인력 감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히라이 CEO는 지난해 소니 소비자제품 부문 대표에 올라 소니의 차기 수장 자리를 예약한 후에도 줄곧 비용절감을 강조했다. 히라이 스스로도 말했듯이 회생을 위해선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같은 소니의 몰락이 라이벌 삼성과 LG에게 마냥 좋지만은 않다. 경쟁사 이전에 ‘큰손’의 고객이기 때문이다. 최근 애플에 1위를 뺏겼지만, 2010년까지 소니는 삼성전자의 1위 고객사였다. 2010년에는 53억달러(약 5조8천억원)치의 부품을 사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사에게 부품을 공급해서 돈을 벌기 때문에 고객사들이 존재해야 의미가 있다. 우리만 잘 된다고 좋은 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LG도 마찬가지다. TV에서는 소니와 라이벌이지만 최근 LG디스플레이가 소니에 패널 공급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3D TV에서 SG 방식만 고집하던 소니가 최근 중국에서 LG디스플레이 FPR 패널을 장착한 3D TV를 출시하면서 양사의 관계가 돈독해 지고 있는 것. 이같은 상황에서 소니가 무너진다면 LG로서도 좋을 게 하나도 없다.
특히 최근 정체되고 있는 전세계 TV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도 소니의 역할은 중요하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혁신제품이 탄생하고 이를 뒤따라가는 과정에서 전체 시장이 살아나가기 때문이다.
이는 애플 아이폰 쇼크 이후 삼성전자의 모습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지난주 삼성전자가 발표한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5조8000억원. 이 중 65% 정도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나왔다. 애플 아이폰에 시달린 후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개발에 힘을 쏟은 결과다. 삼성과 애플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전체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도 커졌다.
소니도 신임 CEO가 중요도가 떨어지는 사업 영역을 과감히 털어내고 ‘TV 명가’ 소니의 부활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TV에서 소니가 되살아 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노무라홀딩스의 시로 미코시바 애널리스트는 "어떤 영웅이 등장해 소니의 문제들을 해결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