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들의 역습]스마트폰에 우는 사람들

입력 2012-04-1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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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형편상 구입 못했더니…" "10년 번호 쓰고싶었을 뿐인데…" 친구들과 대화 단절돼

#사례1.

“오늘 수업 끝나고 카톡(카카오톡)에서 보자.”

오늘도 김민경(가명·20)씨는 소외감에 빠져든다. 강의 이후 친구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학과 수업과 관련한 토의를 매주 진행하지만 스마트폰이 없는 민경씨는 항상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도 스마트폰이 사고 싶지만 집안 형편상 스마트폰을 살 여건이 되지 않아요. 스마트폰을 산다 해도 기본요금이 지금 사용하는 2G폰 보다 배 이상은 비싸서 쉽게 구입할 수가 없네요.”

민경씨가 소외감을 느끼는 이유는 이뿐만 아니다. 친구들은 전날 밤 카톡을 통해 이야기했던 가십으로 이야기를 연장하곤 하지만 카톡 대화에 참여하지 못했던 민경씨는 쉽사리 이야기에 끼어들 수 없다.

물론 다음 피플이나 네이버 톡 같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연동되는 서비스도 있지만 한 자리에 오래 머물며 대화를 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친구들에게 소외감을 느낀 민경씨는 급기야 스마트폰 구입을 위해 주말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런 민경씨의 노력은 또 다른 소외감만 느끼게 할 뿐이다.

“스마트폰 마련을 위해 주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오히려 친구들과 더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학기 초이기 때문에 요즘은 과모임이나 동아리 MT가 많거든요. 그런데 저는 주말 아르바이트 때문에 대부분 참여하지 못하고 있어요”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사례2.

01X인 본인의 번호를 고집하며 스마트폰을 거부하는 이귀현(가명·33)씨. 이씨는 오늘도 어김없이 약속 장소를 찾지 못해 친구들에게 핀잔을 듣는다. 매번 듣는 핀잔에 오늘만은 혼자 목적지에 도착하겠다고 몇 번씩 다짐하지만 쉽지 않다. 출발 전 인터넷 지도로 대략적인 위치를 확인했지만 여전히 목적지 주변만 오면 비슷비슷한 장소들에 헛갈리기만 하다. 귀현씨는 오늘도 먼저 도착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장소를 묻는다.

스마트폰이 없어 당하는 서러움은 이뿐만 아니다. 약속 장소에 어렵사리 도착한 귀현씨는 친구들의 눈총을 받으며 음식만 먹는다. 친구들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음식 사진과 친구들의 얼굴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지만 스마트폰이 없는 귀현씨는 그저 그런 친구들의 모습을 바라볼 뿐이다.

귀현씨는 “친구들이 스마트폰 네비게이션으로 길을 척척 찾고 실시간으로 다른 친구들과 SNS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보면 번호를 포기하고 스마트폰으로 바꿀까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사용해 온 번호를 쉽사리 변경하지 못하고 있다. 귀현씨는 “번호에 대한 애착이 여러 불편함을 누를 만큼 특별하다”며 “수능 이후 대학 합격 전화와 첫 직장 입사 합격 전화도 이 번호를 통해 받았다”고 설명했다.

귀현씨는 고등학생때 부터 10여 년간 사용한 번호에 그의 희노애락이 모두 담겨 있다고 생각해 쉽사리 번호를 바꾸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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