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집에서 소주 한잔 했네
하는 일들은 좀 풀리냐고 묻지 않았네
애들은 공부 잘 하냐고도 물어보지 않았고
새로 출범한 정부의 공약에 대해서도 논하지 않았네
‘아줌마 정구지 더’ 하고 외치는 소리에
부추 넣고 끓인 재첩국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숙취해소에는 미나리가 최고라며 너스레 떨다가
고향집 밥상 우거지에서 시락지까지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것들로만 안주 삼았네
곱창도 오독오독 질기지 않았네
일차로 다 씹히는 이런 날도 있어야지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작정들 하고 나왔는데
밖은 생각지 않게 눈이 내리고 있었네
진짜 오늘은 그냥 갈라고 했는데
야, 야 눈 오잖여~
- 시집 『동미집』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