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한국마사회, ‘확 변했다’...공기업 최초 인건비 자율통제 ‘파-이글’ 도입

입력 2012-04-12 10:34 수정 2012-04-1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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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하면 흔히 주인 없는 회사, 철밥통, 통제가 느슨한 조직을 떠올린다. 소위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기 쉬운 조직이기 때문에 인건비는 매년 정부가 인상률을 정해주고 있다. 정부가 5%로 정해주면 5%, 3%로 정하면 3%를 올리는 것이 국내 공기업들의 현실이다. 그런데 성과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자율적으로 인건비 통제를 하겠다고 나선 기업이 있다.

바로 한국마사회(KRA·회장 장태평)다.

마사회는 공기업 처음으로 성과위주의 노동생산성과 생활물가를 반영해 인건비의 인상률을 산출하는 모델을 개발해 운영한다. 물론 아직까지는 사업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정부가 정해주는 인상률을 넘어설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의 통제가 느슨해지면 이 모델이 효과를 발휘한다.

마사회 복지후생팀이 작년 인상률을 시뮬레이션해보았더니 적정인상률이 4.9%로 나왔다. 작년도 정부 지침은 5.5%였다. 노동생산성이나 생활물가를 감안하면 0.6%는 절감할 수 있었던 셈이다. 아직까지 공기업이 스스로 인건비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자발적으로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사회가 새로 개발한 인건비 통제모델은 ‘파-이글’이라는 이름의 보수관리모델의 일부다. 이른바 ‘자율형 보수관리모델’이라는 것으로 이는 임금배분모델인 파(PAR)와 총액임금관리모델인 이글(EAGLE)로 나뉜다.

파는 성과(Performance), 능력(Ability), 평가(Rating)의 영문이니셜을 따온 조어다.

직원들의 근속연수에 얽매이지 않고 업무성과와 능력을 공정하게 평가해서 차등지급하겠다는 뜻.

이글은 조금 더 복잡한데 효율성(Efficiency), 적응성(Adaptability), 정부지침(Government), 타당성(Logicality), 유연성(Elasticity)을 합친 말이다. 이 모델은 기본적으로 정부지침도 따르지만 노동생산성이나 물가, 노동시장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장 합리적인 인건비 규모를 산출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왜 경마하는 회사가 골프의 용어를 가져다 썼을까.

이는 골프라는 스포츠가 가지는 자율과 통제의 양면성 때문이다. 골퍼는 넓은 골프장에서 어디로든 볼을 보낼 수 있다(자율).

하지만 홀에 볼을 집어넣으려면 고도의 통제력이 요구된다(self-control). 자율형 보수관리모델 파-이글은 정부지침만 바라보고 수동적으로 움직일 것이 아니라 골퍼처럼 자율적으로 스스로를 통제하여 목표(hole)에 도달하는 능력을 배양하자는 것이다.

알바트로스도 버디도 아닌 파-이글이라고 명명한 것은 또 그만의 이유가 있다.

어영택 한국마사회 복지후생팀장은 “현재 우리나라 공기업들의 경영관리수준은 골프로 치면 보기(bogey) 수준입니다. 파-이글에는 마사회가 일단 민간기업 수준인 파(par)까지는 하고, 버디(birdie)를 뛰어넘어 이글(eagle)로 혁신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에 한국마사회 간부직은 성과연봉 비중이 24.5%에서 28.4%로 높아졌다. 올해는 30%를 넘어서게 된다. 임금이 연공위주에서 성과와 능력 위주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 말이다. 직무가치에 따라 임금을 차등하는 직무급도 도입됐고 개인의 능력과 성과를 동시에 평가하여 지급하는 업적성과급도 새로 만들었다. 타 공기업 같으면 급격한 변화에 저항도 만만치 않았을 터인데 파-이글이라는 비전에 동의한 직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산뜻하게 홀인(hole in)했다.

올해 새로 개발한 인건비 통제모델을 이용해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보다 정교해진 임금배분모델로 경영효율화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공기업은 개인오너가 없어 대체로 통제가 느슨하고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파-이글 모델이 공기업에 자율경영이라는 새바람을 일으킬지 주목하고 있다.

◆파(PAR) 임금배분모델

Performance(성과중심) : 근로자의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 배분한다.

Ability(능력중심) : 근로자의 능력과 잠재성에 근거하여 임금을 차등 배분한다.

Rating(공정한 평가) :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에 따라 임금을 차등 배분한다.

◆이글(EAGLE) 총액임금모델

Efficiency(효율성) : 산출/투입 극대화의 원리에 따라 임금을 지급한다.

Adaptability(적응성) : 노동시장과 기업환경에 최적화된 임금구조를 유지한다.

Government(정부지침) : 정부의 공공기관 인건비 관련 지침을 준수한다.

Logicality(타당성) : 임금인상은 물가와 노동생산성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Elasticity(유연성) : 경직된 임금정책을 지양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한다.

♣ golf 용어를 차용한 이유

golfer는 어디로든 공을 보낼 수 있다. (자율)

하지만 hole에 공을 넣으려면 고도의 통제력이 요구된다. (self-control)

자율형 보수관리모델 PAR-EAGLE은 정부지침에 따라서만 수동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golfer처럼 자율적으로 스스로를 통제하여 목표(hole)에 도달하는 능력을 배양하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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