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도 롯데팬잉교? 그럼 마 같이 보입시더.”
야구장에 못가면 휴대전화로 실시간 중계를 꼭 챙겨보는 열혈 한화팬인 직장인 K씨. 그는 지난해 구형 스마트폰 때문에 겪은 굴욕을 떠올리면 지금도 얼굴이 뜨겁다.
동인천에서 강남역까지 출퇴근하는 K씨는 퇴근길 스마트폰으로 야구경기를 보곤 했는데 그날따라 와이파이 신호가 뚝뚝 끊기는 탓에 경기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간신히 신호를 잡아 경기를 보니 점수차가 벌어진 상황. 그런데 화면이 작고 흐릿한 탓에 점수가 6-8인지 6-9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옆자리에 앉은 남자의 휴대전화를 훔쳐보니 점수는 0-6. 6점 뒤진 상황을 뒤늦게 알고 망연자실해 있는 K씨에게 옆자리 남자가 신이 난 듯 같이 보자고 권하고 나선다. K씨는 속은 상했지만 경기진행 상황이 궁금해 어쩔 수 없이 롯데팬인 척하며 옆자리 남자의 휴대전화로 남은 경기를 지켜봤다.
특히 올 시즌 프로야구 모바일 서비스 중 백미는 LTE(롱텀에볼루션)로 보는 실시간 중계다. 작년까지 야구팬들은 이동중에는 지상파 DMB방송을 보거나 스마트폰에서 와이파이나 3G통신망에 접속해 모바일웹이나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인터넷 중계를 시청했으나 고질적인‘잦은 끊김’문제로 불편을 겪었다. 지상파DMB방송은 수도권을 벗어나면서부터 뚝뚝 끊기고 스마트폰 방송은 데이터트래픽이 갑자기 몰리는 도심지역 퇴근시간에는 버퍼링이 심해지는 통에 경기에 몰입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이제 막 전국망 서비스를 시작한 LTE는 이런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했다. LTE 모바일 중계 서비스는 전국 어디서나 끊김없이 선명한 화질을 제공해 거실TV 못지 않은‘손안의 TV’로 야구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기자는 지난 11일 열린 ‘두산-한화’ 경기를 LG유플러스의 모바일IPTV서비스인 U+HDTV로 시청했다. 강남에서 분당까지 버스로 이동하면서 2시간 정도 경기를 시청했으나 끊김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U+HDTV는 LTE전용 서비스이기 때문에 3G와 LTE신호를 번갈아 가면서 이용하는 여타 서비스보다 안정적인 시청감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압권은 선명한 화질이다. 타자가 받아친 공이 날아가는 궤적을 선명하게 볼 수 있어 안타인 지, 뜬 공인 지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캐스터의 해설 없이는 공이 땅에 떨어지기 전까지 결과를 알 수 없었던 DMB와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데이터소모량은 시간당 약 350MB으로 적은 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담스러울 정도도 아니다. 예를 들어 LTE62요금제에 가입한 경우 기본제공 데이터량이 5~6GB인 것을 감안할 때 매일 1시간씩 야구경기를 시청한다면 20일 가량 볼 수 있다.
다만 LTE로 실시간중계를 시청하면 배터리 소모는 급속하게 빨라진다. 2시간 동안 야구경기를 시청하자 배터리 잔량은 30~40% 줄었다. 데이터속도와 비례해 배터리소모도 빨라진 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LTE되고 화면까지 크면‘금상첨화’=야구팬들은 스마트폰 고를 때도 남다른 기준이 있다. 큰 화면과 선명한 화질이다. K씨의 사례처럼 화면이 작은 휴대전화에서는 야구경기를 볼 때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있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점수판의 숫자 중 0,6,8,9는 특히 분별하기 어렵다. 스트라이크(S), 볼(B), 아웃(O)을 숫자로 보여주는 방송의 경우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공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것도 야구시청에 몰입을 방해하는 이유 중 하나다.
대학원생 박성원(28)씨는“예전에는 갤럭시S2(4.3인치)를 썼는데 최근에 갤럭시노트(5.3인치)로 바꾼 뒤 야구경기를 보니 지상파DMB를 볼 때도 맛이 다르다”면서“고수들은 공이 날아가는 방향만 봐도 타구를 파악할 수 있는데 공이 선명하게 보여서 경기를 분석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야구팬들은 애플, HTC 등 외산 브랜드보다 삼성, LG, 팬택 등 국내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지상파DMB 기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선택이 갈리는 것이다. 지상파DMB 대신 아프리카TV, 네이버 인터넷 중계 서비스등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대다수가 3G가 아닌 와이파이, 와이브로, LTE만을 지원하기 때문에 외산 브랜드 3G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야구 중계를 볼때마다 애를 먹는다.
직장인 장민호(31)씨는 “아이폰을 산 게 지금처럼 후회되는 때가 없다”면서 “그나마 3G에서는 볼수 있는 인터넷 중계서비스도 제한적이어서 올해 프로야구시즌 개막에 맞춰 에그(KT의 와이브로 단말기)를 새로 구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