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면 대표이사가 석연찮은 이유로 물러난 웅진식품이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면서 복잡한 과정을 거치고 있어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더불어 유 전 대표이사의 사퇴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웅진식품은 지난 1일 그룹 정기인사를 단행하면서 웅진식품 새 대표이사에 웅진홀딩스 사업부문 대표이사 전무를 지낸 이시봉씨를 내정했다. 이시봉씨는 오는 1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된다.
하지만 웅진식품은 지난 5일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서는 지난달 31일 유재면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같은날 박천신 경영지원본수 상무를 대표이사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미 이시봉씨를 새 대표로 선임해 놓고 며칠뒤 공시에서는 박 상무를 대표이사라고 밝힌 것은 물론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이씨를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한다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웅진식품은 이에 대해 유재면 대표 체제에서 이시봉 대표 체제로의 인수인계 과정에서 벌어진 일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웅진식품 관계자는 “유 전 대표가 건강 상의 이유로 식품은 물론 웅진그룹의 모든 일에서 공식적으로 손을 떼게 됨에 따른 공백기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17일 임시주총을 통해 이시봉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공시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업이 새 대표를 선임하기 전에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시로 대표이사를 두는 관례가 있기는 하지만 이 경우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이 길어지는 등 부득이한 상황이 예상될때 주로 활용한다. 웅진식품처럼 몇일 내에 새로운 대표을 앉히는 경우는 따로 공시를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재계에서는 웅진식품의 이런 복잡한 대표이사 선임과정이 유 전 대표의 갑작스런 사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대표는 대표이사 전무로 있던 지난해 매출 2200억원, 영업이익 98억원을 기록하면서 웅진식품의 성장을 이끌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1월 1일자로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승진 3개월 만에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를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오히려 지난달 제주삼다수 유통 입찰 실패에 따른 책임을 물어 경질됐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 전 대표는 삼다수 입찰에 참여하면서 삼다수 유통을 통해 웅진식품을 상위 식음료 기업으로 발돋움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광동제약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업계 관계자는“풀무원샘물과 계약을 종료하면서 유 전 대표가 삼다수 유통 입찰 관련해 준비를 많이했지만 결과를 얻지 못해 스트레스가 많았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그룹에서 입찰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새 대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