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도 모르는 ‘수산물 원산지 표시제’

입력 2012-04-16 10:48 수정 2012-04-1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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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늦장에 소비자 ‘정체불명 수산물에 노출’

“신문에서 보긴 했는데…. 우리도 해야 하는 줄은 몰랐네요.”

일본 대지진 이후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방사능 오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시행된 음식점 수산물원산지 표시제가 정부의 홍보 부족으로 업주와 소비자에게 혼란만 일으키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한 식당에 김치찌개용 배추에 대한 원산지 표시가 되어 있지 않은 모습
농림수산식품부는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낙지, 미꾸라지 등 수산물 6종과 탕, 찜 등에 사용되는 배추김치에 대한 원산지 표시제를 시행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농식품부와 지자체의 홍보 부족으로 원산지 표시제가 시행되는 것 자체를 모르는 업주와 소비자들이 많았다. 판매자와 소비자인 이들은 어떤 수산물이 원산지 표시 대상인지 또 어떤 방식으로 원산지 표시를 해야 법에 위반하지 않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수산물 원산지 표시제가 시행된 11일과 12일 서울 강남구, 서초구, 관악구 등에 위치한 식당 20여 곳을 살펴본 결과 수산물원산지 표시제를 규정대로 시행하고 있는 업소는 3~4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업소들은 원산지 표시제 시행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ㄴ추어탕 업주는 “우리 가게도 해당하는 줄은 몰랐다. 우리는 중국산만 사용하는데도 원산지를 별도로 표시해야 하느냐?”고 되물을 정도로 원산지 표시제에 대한 홍보는 부족했다. 또 같은 지역의 한 횟집 역시 수산물에 대한 원산지 표시 없이 품목과 가격만을 제시하고 있었다.

원산지 표시제의 인식이 부족한 것은 강남구뿐 만이 아니었다. 서울 서초구 사당동에 위치한 o 음식점 업주는 “매스컴을 통해 원산지 표시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얼마 전 메뉴판 신규 제작에 들어갔다”며 “일주일 후쯤 새로 맞춘 메뉴판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원산지 표시제가 시행됐기 때문에 법규 위반이라는 지적은 피하지 못하게 됐다.

현장에서는 원산지 표시제 시행에 대한 사실관계 조차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정부는 ‘태평’하다.

농식품부는 기존 250명이던 단속인력을 950명으로 늘려 전국적 지도·단속을 펼친다고 밝혔지만 취재결과 이들에 대한 교육도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농림수산식품부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서울지원의 경우 11일 6명이 언론 방송촬영을 위해 지도감독에 나섰을 뿐 이번 주에는 지도계획조차 잡지 않고 있었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이달원 팀장은 “단속인력은 1000명이나 되지만 서울의 경우 전문 인력은 6~7명에 불과하고, 추가로 배치된 직원은 비전문인력으로 그들도 다른 업무를 처리하기 바빠 당분간 현장에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아직 직원들의 교육이 끝나지 않아 언제 지도·단속에 나갈지 예상할 수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수산물 원산지 표시제와 더불어 탕, 찜용에 들어가는 배추김치에 대한 원산지 표시제도 함께 시행됐지만 이 역시 홍보 부족으로 업주들은 표시 의무조차 알고 있지 못했다.

지난 1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에 위치한 ㅇ 음식점은 ‘정체불명’의 김치찌개를 고시생들에게 판매하고 있었고, 강남구 논현동의 ㅇ식당은 김치에 대한 원산지 표시에 대해 ‘국내산 또는 중국산’으로 표시해 원산지 표시법에 위반했다.

이 업주는 “협회에서 나온 사람이 국내산을 앞에다 쓰고 중국산을 뒤에 붙이면 문제가 없다고 해 그저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내산과 수입산 등을 섞어 사용할 경우는 ‘국내산과 수입산 섞음’으로 표시해야 하며 매일 원산지가 다른 김치가 들어올 경우는 이전에 써놓았던 원산지 한쪽을 가리는 방법을 통해 하나의 원산지만 표시해야 한다.

이처럼 요식업 현장은 수산물과 배추김치 원산지 표시 방법 등을 놓고 혼란에 빠졌지만 농식품부는 “그동안 많은 홍보를 해 왔다”며 원산지 표시 의무를 모르는 업주들의 책임으로 떠넘기기에 바빴다.

한편 농식품부는 방사능 오염에 대한 논란이 일자 앞서 6종의 수산물을 원산지 표시 대상에 포함했으며 명태와 고등어도 원산지 표시 대상에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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