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 패션에 빠진 한국]들어서면 대박…‘명품급 대우’받고 입점

입력 2012-04-2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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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까지 점령

명동, 강남 등 패션 거리 일대를 점령한 SPA가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등에 새로운 둥지를 틀고 있다. 중저가 패션이라며 코웃음을 쳤던 백화점들이 SPA 브랜드들에게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이들의 열렬한 구애에 SPA가 화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세계백화점은 2011년 3월 국내 백화점 업계 최초로 스웨던 SPA 브랜드 H&M을 입점시켰다.
◇백화점 ‘SPA, 명품으로 모십니다’ = 신세계 센텀시티는 오는 7월 스웨덴 SPA 브랜드 H&M을 2개층에 걸친 대형 매장으로 입점시킬 예정이다. H&M이 입점하는 곳은 3층 빈폴, 폴로, 타미힐피거 등과 4층 지오다노, 애스크, 니 등이 있는 곳으로 말 그대로 노른자위를 내주는 것이다. 이 같은 파격적인 대우는 이번 뿐만이 아니다.

신세계는 작년 3월 국내 백화점으로는 처음으로 인천점에 H&M을 ‘명품급 대우’로 입점시켰다. H&M 인천점은 자체 파사드와 출입구를 가지며 내부에 별도 엘리베이터를 가진 총 1층에서 3층으로 구성됐다. 또 수수료도 명품 브랜드들처럼 한자릿수. 이 같은 대우는 수입패션 사업을 진두지휘해온 정유경 부사장의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했다.

정 부사장의 과감한 결단으로 이뤄진 ‘H&M 인천점’은 매출 대박행진을 지속하며 성공적인 선택이었음을 입증받았다. 신세계 측은 “인천점은 서울로 치면 명동과 같은 곳인 구월동에 위치해 젊은 고객들이 굉장히 많다”며 “H&M이 들어오면서 젊은 고객들의 구매가 급증했고, H&M 3층에 있는 아동복 코너 때문에 주말 가족단위 고객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SPA의 성공을 확신한 정 부사장은 작년 5월 리뉴얼 오픈한 충청점에도 H&M을 입점시키며 SPA 모시기에 주력했다. H&M 충청점도 인천점과 마찬가지로 외부와 바로 연결되는 자체 파사드(외관 정면)와 출입구를 가졌고 1, 2층으로 구성됐다.

SPA 모시기는 백화점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는 지난 19일 1~2층에 660㎡(200평) 규모의 에잇세컨즈 매장을 열었다. 오는 8월 개장하는 중동점 유플렉스와 충청점에도 같은 크기의 에잇세컨즈 매장을 내기로 했다. 에잇세컨즈의 입점 수수료율은 10%대 후반이며, 이는 현대백화점 6개 점포에 입점한 유니클로보다도 낮아 ‘특급 대우’에 가깝다.

특히 접근성이 좋은 정문 쪽 외벽과 쇼윈도를 명품 브랜드가 아닌 국내 신생 브랜드에 내주는 것 또한 이례적이다. 이 같은 SPA를 향한 백화점 업계의 무한 사랑은 바로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H&M을 입점시킨 신세계와 유니클로 등을 입점시킨 AK플라자 등은 매출이 평균 20% 이상 신장하는 등 ‘SPA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현대백화점 또한 중동점 유플렉스, 신촌점 유플렉스, 울산점에 잇달아 선보인 SPA브랜드 ‘스파이시칼라’가 매장당 월 평균 1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SPA의 매출 효과를 몸소 체험해 최근 SPA 모시기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SPA 브랜드는 심지어 백화점에 잘 오지 않던 새로운 고객까지 끌어들이는 등 집객효과도 커 주요 백화점들은 명품 브랜드와 같은 좋은 조건을 제공해가며 SPA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열렬한 구애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011년 3월 국내 백화점 업계 최초로 스웨던 SPA 브랜드 H&M을 입점시켰다.
◇집객효과 큰‘몰(Mall)’에도 ‘몰’린다 =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SPA는 백화점뿐만 아니라 복합쇼핑몰에도 속속 입점하고 있다. 몰은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젊은 고객을 대거 유입할 수 있어 좋고 SPA 브랜드는 넓은 공간에서 대형매장을 선보이며 몰에 방문하는 다양한 연령대 고객을 추가로 공략할 수 있어 상호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파크몰은 지난 2009년 8월 자라와 갭 매장을 동시 오픈하며 SPA 브랜드를 선보였다. 오픈 이후부터 해마다 10~15%대의 안정적인 매출 신장률을 보이며 성장하던 두 매장은 매출 외에 신규 고객을 흡수하는 역할도 톡톡히 했다. 자라와 갭이 입점한 곳은 패션관 1층으로 대부분 화장품 또는 패션 잡화 매장이 위치한 곳이다.

기존에도 1층은 20~30대 고객 비중이 높은 편이었으나 자라와 갭 오픈 이후 20~30대 고객이 크게 증가한 것은 물론 40대 고객이 30%대까지 늘어나는 등 고객 연령층이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매출 상승을 이끌어냈다. 현재 자라와 갭의 일 평균 방문객 수는 주말 기준 각각 2000여, 1000여명을 차지하는 등 지속적으로 고객을 유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라와 갭이 위치한 곳은 1층 중에서도 후문 쪽으로, 고객 유입이 상대적으로 적은 위치였으나 자라와 갭이 고객을 흡수하여 기존 매장의 단위 면적당 매출 대비 32% 매출이 신장하는 효과도 거뒀으며, 타겟이 비슷한 인근 매장의 매출도 덩달아 상승하는 추세이다.

정우성 아이파크백화점(아이파크몰 내 위치) 패션관 대리는 “SPA브랜드가 트렌드에 민감하면서도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한 젊은층을 대거 유입하고 백화점과 몰 전반에 걸쳐 고객을 순환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인근 매장과도 타겟이 중복되는 20~30대 고객이 8% 가량 증가했고 주부고객 비중도 늘어나 올 가을 무렵 입점 예정 중인 갭 키즈 오픈 시 주부 고객 유입도 보다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파크몰의 SPA 브랜드는 가족단위 고객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2011년 4월 유니클로가 720평 규모로 오픈하면서부터 기존의 젊은 고객 외 몰을 방문하는 가족단위 고객을 본격적으로 유입했다.

아이파크몰 유니클로 매장은 타 유니클로 매장 대비 40~50대 고객 비중이 높고 지난 1월부터는 키즈라인 외 베이비라인까지 확대해 30대 주부 고객도 대폭 늘어나 일 평균 2500여명이 방문하고 있다. 오픈 3일간 약 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후 매 월 평균 5~10%대의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유니클로의 관계자는 “아이파크몰은 넓은 공간에서 다양한 라인의 상품을 한번에 선보일 수 있어 폭넓은 연령대의 고객들을 유입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가족단위 고객들의 방문이 많아 본인은 물론 가족 전체를 위한 상품을 두루 구매해 객단가도 높아 매출 상승에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교통의 요지인 용산에 있어 강북지역 상권에 대한 공격적인 영업과 광역 상권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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