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전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면서 남긴 말이다. 거창한 표현은 아니지만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이 말은, 그가 사망한 직후 한동안 화제가 됐다. 미국 현지에선 이 문구가 새겨진 검정색 티셔츠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축사 영상은 유투브 등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으며, 여전히 대중의 가슴 속에 강한 울림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초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51초 침묵’이 미국 국민들의 마음을 녹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애리조나주를 방문해 추모 연설을 하면서 희생자의 이름을 언급하다 51초간 침묵했다. 그의 ‘침묵 연설’에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찬사를 보냈다. 2008년 대통령 선거의 패장(敗將)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오바마의 연설을 극찬했다.
반면 국내 정치인들의 언품(言品)을 들여다보면 스티브 잡스의 울림이나 오바마 대통령의 감동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막말의 향연’이 펼쳐진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제 눈에 들보를 보지 못한 채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저급한 말을 쏟아낸다. 정당의 입 역할을 하는 대변인들도 논평을 낼 때마다 막말 시리즈를 연발하곤 한다. 그러나 상대 정당을 비난하기 위해 동원하는 언어에 재미와 철학이 있을 리 만무하다. 감동이나 진정성은 더더욱 없다.
이제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18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들의 품격 없는 막말로 국민적 불신과 정치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해 있다. 내달 30일부터 새로운 임기를 시작할 300명의 의원들의 입에선 제발 품격 높은 감동의 언어가 나왔으면 한다. 막말은 결국 그 말을 내뱉은 당사자의 살을 찢는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정치인들은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내뱉는 ‘언어 공해’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