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눈먼 돈 챙기자"…예산 부풀리기 도덕적 해이 심각

입력 2012-04-2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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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 예산 수령 잇따라

국책연구원을 둘러싼 문제는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도 도사리고 있었다. 이들은 밖으로 정부의 입맛에 맞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안으로는 연구비 등 정부의 재정지원금을 놓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를 감시·감독하는 기관들이 제 역할을 못한 채 오히려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총체적인 난국’을 드러냈다.

◇연구비 횡령, 수당 과다지급…정권 말 ‘눈먼 돈’ 급증 = 국책연구소들이 정부로부터 받은 예산을 부당하게 차지하는 수법은 점점 다양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감사원은 2008년부터 2009년까지 2년간 정부의 14개 부처에서 15개 연구기관에 ‘인건비 부풀리기’로 829억원을 잘못 지급했다고 전했다. 특히 전자부품연구원은 2009년에만 76억원을 부당하게 수령해 전 직원 370명에게 특별상여금 21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여기에 2008년 평균 7900만원이던 연구직 직원급여를 2010년에는 1억1200만원으로 올렸다.

또한 감사원은 국회 감사 청구에 따라 주요 경제·사회분야 국책연구소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지난달 13일 이를 발표했다. 결과를 살펴보면 한국개발연구원은 이사회 승인 없이 연구사업비 104억원을 연구 장려금 및 능률 제고수당 명목으로 최근 3년간 전 직원에게 부당 지급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경우 퇴직금 누진제가 폐지되자 손실액 보전을 위해 2001년부터 연구사업비 예산에서 60~80명의 개인연금 지원에 9억3000여만원을 집행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104억원의 연구비를 인건비로 쓰다 적발됐다. KDI의 실제 인건비 인상률은 13.1%, 이는 정부 기준의 2배를 넘는다.

지난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지식경제부 산하기술연구회 소속 14개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최근 2년간 457억원을 쓰며 7130건의 해외출장을 다녔다고 밝히며 정당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횡령을 저지른 경우도 있었다. 지난 1월 국책연구기관에 소속된 연구원은 육군의 주력 K-1 전차 설계도를 미국 업체에게 무단 유출해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그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타인을 내세운 부품업체 개를 설립해 자신이 소속된 연구기관에 자재를 납품토록 하면서 단가를 부풀려 5억6000만원을 챙겼다. 또 2010년부터는 기계부품 납품업체의 시험을 대행해주고 1억여원을 받은 혐의도 받았다.

◇부실한 시스템, 도덕적 해이…‘총체적 난국’ = 연이어 사건사고가 이어지면서 부실한 관리·감독 체계가 지적됐다. 정권 말로 갈수록 선거 등 산만한 분위기에 휩쓸려 정부의 출연금이나 연구지원비를 개인 또는 집단이 부당하게 수령하는 등 수법은 다양해졌지만, 이를 감시하는 역할은 제대로 수행이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감사원은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감시·감독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구회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을 지원·육성하고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곳에서 쓰는 예산은 연간 7000억원 이상으로 연구비를 배정하고 원장을 선임하는 등의 중요한 업무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연구회는 국책연구소의 부적절한 행위를 눈감아주었을 뿐 아니라 퇴직자 등에 따른 결원을 보충하지 않아 생긴 결원 인건비 1억원 안팎을 이월하지 않고 직원들의 연봉 인상에 사용했다.

국민의 세금이 새나가고 있음에도 이를 규제할 시스템과 갖춰진 제도를 제대로 수행할 의지 부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특히 시스템의 경우 현행 국가재정법상 출연 대상 기관의 예상 집행 실적 등 주요 재정 정보가 체계적으로 제공되지 못한채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한 관계자는 “연구기관에 대한 감사는 과거 상임감사 있었고 부처에 감사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과거의 공공부문 인력 효율성 차원에서 연구의 자체적으로 두고 있던 상임감사를 없애고 비상임으로 감사를 두고 있다”며 “과거에는 연구회에 소속된 부서가 있었는데 지금은 통합이 되면서 감사를 연구회에 주지 않아 자체적인 감사기능도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이러한 감사기능이 법에서도 없다”며 “그렇지만 무엇보다 문제는 연구기관들이 저지르지 않아야 할 잘못을 한 것이 크다”고 말하며 시스템을 정비하기에 앞서 자체적으로 연구기관들이 도덕적 소명의식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연구부장은 지난해 8월 열린 출연연구 기관 연구자 간담회에서 “학력 철폐 등 공기업과 동일한 기준이 출연연에 적용되는 등 공공기관에 대한 획일적 규제로 인해 우수인력 채용 및 인력배치에 애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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