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한국인]400대 1 뚫고 그 힘들다던 OECD 당당히 입성도

입력 2012-04-2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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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인재 해외 경험 풍부·언어장벽 낮아 도전 많아…작년 현재 398명 재직 중

…오전 6시. 알람소리를 듣자마자 번쩍 눈을 떴다. 멜버른, 쿠웨이트 시티, 베이징, 워싱턴 D.C.를 연결하는 4원 컨퍼런스 콜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번 회의는 조만간 있을 국제회의의 의제를 조율하고 회의의 ‘key message’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다. 이 새벽에 회의를 하게 된 건 4개 도시를 한꺼번에 연결하다 보니 회원국의 입장을 조율해 IMF가 희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전 9시. 사무실에 도착해 한창 이슈인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스프레드, 신흥시장국의 자본 유출입 동향 등을 점검하고 10시에는 ‘Board Paper(IMF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 보고되는 문건) 작성을 위한 회의해 참석했다. 예상했던 대로 부서 간에 치열한 논리 싸움이 벌어졌다. 오후 2시에는 동료들과 Working Paper와 관련해 가볍게 토론했고, 4시에는 일주일에 한번씩 열리는 과 회의에 참석했고, 오후 5시에는 다른 부서에서 넘겨받은 보고서에 대한 코멘트 작업을 시작했다. 오늘 맡은 보고서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내용이고, 민감한 사안들이 포함돼 있어 심혈을 기울여 작성했다. 밤 9시 한국에 계신 어머니와 잠시 통화를 하고 메일 체크를 하면서 오늘 했던 일들을 정리했다…[더 넓은 세상을 디자인하는 즐거움 국제금융기구, 허경욱 주OECD 대표부 대사 편저]中 발췌 재작성

IMF 자본시장국에서 Financial Sector Expert로 근무 중인 박준규 과장은 자신의 하루 일과를 이렇게 표현했다. 박 과장 처럼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시차와 각국 출신의 전문가들과 함께 ‘국제 공무원’으로서의 역할에 대부분 만족하고 있다. 특히 국제기구에서 한국인 출신들의 비중이 낮은 가운데서도 고위직에 오르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국제기구 진출 한국인 매년 증가 = 한국에는 국제기구에 진출할 인재가 많아졌다는 게 대내외의 평가다. 이전과 달리 젊은 층의 해외 경험이 풍부해지고 그만큼 언어 장벽도 낮아져 노력만 한다면 국제기구는 더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23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한국인은 2011년 5월 현재 398명이다. 2002년(219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외교부는 작년 하반기와 올해 진출 인원까지 합하면 아직 집계는 되지 않았지만 40~50명 이상 늘어났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등 국제금융기구의 진출 속도도 꽤 빠르다. 2010년 기준으로 137명이던 것이 2011년 161명으로 24명 늘어났다. 1년 만에 20%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요 국제금융기구의 한국인 직원은 아시아개발은행(ADB)가 55명으로 가장 많고, WB 53명, IMF 27명, 미주개발은행(IDB) 9명, 아프리카 개발은행(AfDB) 3명,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7명 등이다. WB를 제외하고 대부분 진출 인원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채용 인원은 크게 늘었지만 국제기구에서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낮다. IMF는 한국이 지분율(쿼터)이 1.41%이지만 2010년 0.95%(23명, 작년 27명)에 불과하다. WB 역시 한국 쿼터가 1.0%에 달하지만 한국인 직원 비중은 0.46%(55명, 작년 53명)에 밖에 되지 않는다. 국제금융기구에서 근무 중인 한국인 비율은 전체 정원의 0.6%로 우리나라의 국제금융기구 내 평균지분율인 1.29%에 못 미치고 있다. 투자하는 돈에 비해 인력 진출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G20 정상회의,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올라간 국제사회의 위상에 비해 국제기구 진출율은 아직도 매우 낮다. 특히 국제기구 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임원급은 거의 존재하지 않아 국제기구 내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국제기구 진출 한국인, 그들이 하는 일은? = 작년 이맘때 쯤, 20대 한국 여성이 400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뚫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국 정규직원으로 채용된 일이 우리나라 일간지에 대서특필된 적이 있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정지은씨는 당시 실시된 OECD 영(Young) 프로페셔널 프로그램(YPP) 채용 시험에서 OECD 교육국 직원으로 최종 합격했다. 그녀는 석사 학위 이상을 소지한 33세 이하 젊은 인재를 대상으로 하는 OECD 신규 직원 채-용프로그램인 YPP에서 12명 채용에 30여개 나라 4587명이 지원, 386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OECD에 입성했다.

YPP는 정책 문서나 위원회의 보고서를 작성하고, 정부 간 토론 및 출판을 위한 리서치와 정책 이슈 분석을 수행하며 경제 및 사회 발전의 모니터링·분석·예측에 기여하는 것 등이 업무다. 구체적인 업무는 OECD의 요구, 개인적 업무 경험과 학문적 배경, 개인적 선호에 따라 결정된다.

이렇게 어렵게 입사한 국제기구에서 정씨 등이 하는 일은 다양하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가 있는 OECD의 경우 상호 정책 조정 및 협력을 통해 회원국의 경제·사회 발전을 공동으로 모색하고 나아가 세계 경제 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 설립됐다. OECD는 거시경제 분석부터 환경문제, 빈곤퇴치, 조세, 정보통신, 무역 등 다양한 부문에서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문제 등을 다룬다.

이밖에도 IMF는 각 정부의 글로벌화와 경제적 성장을 돕기 위해 세계 경제의 흐름과 성과를 주시해 각 회원국의 문제 발생시 이를 경고하고 정책적인 소통을 위한 조언을 제공한다. 2010년 4월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IMF 총재에게 “캉드시 총재 때 IMF는 일방적인 룰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초긴축 정책을 취해 한국국민이 많이 어려웠다”면서 “외환위기 당시 IMF의 가혹한 통치로 우리나라에서는 IMF에서 돈을 빌리면 큰일나는 줄 아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다”고 말하는 등 IMF는 우리와도 악연(?)이 많은 국제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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