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경의 세계로]G2 값 못하는 중국

입력 2012-04-25 09:00 수정 2012-04-2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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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국제경제부 차장

‘2012 베이징 모터쇼’에서 펼쳐지고 있는 명차들의 향연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은 역대 최대 규모에 놀라고, 신차들의 첨단 기술에 놀라고, 현장을 가득 메운 인파에 입을 다물지 못할 터.

더 놀라운 것은 이처럼 화려한 무대 뒤에서 G2라는 중국의 지위를 무색케하는 정치 스캔들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중국의 J. F. 케네디 부부로 불리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 내외를 둘러싼 스캔들은 중국 정치 실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살인, 배신, 치정으로 이어진 보시라이 스캔들의 전말은 한 편의 흥미진진한 정치 드라마를 연상케 했다.

부와 명예를 등에 업고 온갖 비리를 저질러온 보시라이와 구카이라이 부부.

구카이라이가 내연 관계였던 닐 헤이우드를 살해했다.

보시라이의 심복 왕리쥔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 이를 알자 오히려 내침을 당한다.

앙심을 품은 왕리쥔은 보시라이의 온갖 비리를 안고 미국에 망명을 시도하지만 여기서도 거부당한다.

거취가 애매해진 왕리쥔은 결국 중국 기밀기관인 국가안전부로 향했고, 얼마 후 보시라이는 충칭시 당서기직에서 해임된다.

아내의 외도와 살인, 심복의 배신으로 인해 탄탄대로를 달리던 보시라이는 순식간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아내 구카이라이는 헤이우드 살해 혐의로 사형 위기에 처했고 보시라이 역시 같은 신세를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시라이를 비호해온 저우융캉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 그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이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는다.

보시라이를 둘러싼 정치 스캔들의 1막은 여기까지다.

하지만 이는 중국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준 시작일 뿐이다.

보시라이를 스타 정치인에서 한 순간에 범죄자로 내 몬 중국의 구태의연한 정치 시스템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보시라이는 실각 전까지 사회적 평등을 주창하며 중국 정계에 새로운 진보 세력인 ‘충칭 모델’을 형성했다.

1%의 초부유층에 속하는 그의 화려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추종 세력은 상당했다.

차기 정권의 상무위원회 9명 중 6명도 충칭 모델을 지지했을 정도.

상하이방·태자당, 공청단 같은 기득권 세력에는 보시라이가 눈의 가시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기껏 키워줬더니 정면으로 도전하고, 출범도 안한 차기 지도부를 권력 투쟁의 온상으로 만천하에 인식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할 말이 없다. 해봤자 제 얼굴에 침 뱉기다.

굳이 꼬집자면 강력한 후원자만 믿고 능력도 죄의식도 검증받지 않은 인물을 차기 지도부로 뽑은 것이 실수다.

현 중국의 정치 시스템이 마오쩌둥 시대나 옛 소련의 스탈린 시대와 오십보 백보 차이라는 것도 문제다.

약소국 미얀마의 독재 정권이 무너지면서 민주화가 뿌리내리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밀실정치와 뒷거래, 추방, 숙청 등이 여전히 판친다.

이것이 지난 30년간 근대화와 글로벌화로 탈바꿈했다고 주장하는 중국의 현주소다.

제아무리 미국과 일본도 부러워할만한 인프라를 갖췄어도 시대착오적인 정치 시스템은 여전한 것이다.

중국 경제 규모는 현재 세계 2위. 2027년이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떠오른다는데.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권력 투쟁으로 얼룩진 중국의 화려한 무대 뒤는 어지럽다.

중국 지도부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에 근거해 진정한 민주화의 역사를 써내려가야 G2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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