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인성교육을 받은 아이들 숫자만 2600명이죠. 동심과 어울리다보니 어느새 7년이 됐네요”
서울 방배동에 사는 박병용(86)씨는 양재노인종합복지관에서 평소 남보다 먼저 발 벗고 나서는 봉사인으로 손꼽힌다. 봉사에 대한 열정만큼은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가 무색할 정도다.
박씨는 지난 2005년부터 꾸준히 어린이집에서 인성교육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마음씨 좋은 산타할아버지로 변신하기도 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끝 글자를 딴 ‘지니’선생님이 아이들에 대한 공식 직함이다.
박씨는 “가끔은 귀찮고 몸도 힘들어 왜 시작했을까하는 후회도 들지만 아이들이 변화하는 것을 보며 무엇과도 비교할 수 있는 마음의 뿌듯함을 느낀다”며 “특히 학교폭력으로 시끄러운 요즘같은 때면 더욱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해줘야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한다.
박씨에게 봉사활동이란 봉사 그 이상이다. 자칫 방한켠을 지키는 무기력한 노년이 될 수도 있었던 노후를 창조적이고 활력 있게 바꿔준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다. 활발한 사회활동 덕분인지 몸과 마음의 건강은 덤으로 얻게 됐다.
자원봉사활동의 수혜 대상자로만 인식돼 왔던 노인들이 이제는 자신이 평생 갈고 닦은 경륜과 노하우를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발휘하는 주체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발족한 서울시 시니어전문자원봉사단은 전문지식과 경험을 살린 자원봉사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만 1500여명의 봉사단이 의료상담, 케어봉사, 통역, 법률상담 등 전문영역에서 2만4203회, 5만 9721시간의 활동 성과를 올려 새로운 노년문화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어르신들의 은빛 봉사열정은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지난 3월 2일, 서울 강남구청 내 구내식당에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직접 제작한 피켓을 들고 나섰다. 내걸린 문구는‘먹을 때는 건강생각, 버릴 때는 환경생각’. 이들은 서울 강남구자원봉사센터의 강남시니어봉사단으로 구내 복지관이나 학교 등을 찾아다니며 환경오염 예방은 물론 막대한 음식물 처리비용을 줄이기 위한 잔반제로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실제 봉사단은 캠페인을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평균 30% 줄이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창배(71) 강남시니어봉사단 부단장은 “60~70대가 주축인 75명의 봉사단원들은 주변 환경정화, 거리질서유지, 자연보전활동 등을 통해 지역사회의 작은 변화를 꿈꾼다”며 “가끔은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리고 지나가는 사람들, 순수한 봉사활동이 아닌 공공근로로 보는 삐딱한 시선에 맥이 빠지기도 하지만 지역 발전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만은 변함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