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 도박자유구역으로 변질되나

입력 2012-04-26 11:02 수정 2012-04-2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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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 활성화 방안서 카지노 사전심사제 도입 확정…카지노 신청 이어질 듯

경제자유구역 내 대규모 외국인 투자에 대해 사전심사제 도입이 확정됨에 따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규모 카지노 설립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외국인 투자 유치 실적에 급급한 나머지 ‘경제자유구역’이 ‘도박자유구역’으로 변질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개최하고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병원, 카지노 등에 대한 사전심사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하는 기업의 ‘국내투자 활성화 방안’을 확정했다.

사전심사제는 실제 투자가 이뤄지기 전에 투자계획서만으로 카지노 등의 개설을 허가하는 제도로,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와 협상을 체결하고도 건물과 시설이 완공된 후 허가여부를 결정해 투자가 결렬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병원과 호텔과 쇼핑몰, 컨벤션, 카지노 등을 종합적으로 갖춘 복합여가공간 대한 사전심사제가 도입되면 현재 협의중인 대규모 복합리조트 투자가 성사될 경우 8조원의 투자와 5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자유치 실적에만 눈이 먼 정부가 외국계 거대 카지노의 로비에 사전심사제를 도입해 경제자유구역을 도박자유구역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현재는 경제자유구역내 카지노를 개설하려면 3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완료한 뒤 개설신청을 하도록 돼 있지만, 사전심사제가 도입되면 실제 투자가 이뤄지기 전에 투자계획서만으로 카지노 개설을 허가할 수 있어 대규모 카지노 설립이 봇물처럼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인 영종지구에 잇따라 3개의 신규 카지노가 들어선다. 업계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사전심사제 도입을 전제로 현재 영종동에 카지노를 설립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계약을 하거나 투자의사를 밝힌 외국계 카지노 자본은 모두 3곳이다.

일본 카지노 업계 큰손으로 알려진 오카다 가즈오 씨가 지난해 영종도 진출을 위해 오카다홀딩스코리아라는 지주회사를 차렸다. 오카다홀딩스는 인천공항공사의 국제업무단지(IBC-Ⅱ) 사업에도 응모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이곳에 2조원을 투자해 카지노호텔 3곳과 상업·위락시설이 포함된 복합 리조트를 설립한다.

이밖에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유명 카지노·호텔 업체인 시저스엔터테인먼트가 7억달러를 들여 영종도 미단시티에 카지노호텔 및 관련 부대시설을 지으려고 인천시 등과 접촉하고 있다. 이 회사 스티브 타이트 사장은 최근 송영길 인천시장과 만나 카지노 사전심사제 도입, 내국인 출입 허용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사전심사제에 따른 부작용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일용 제주관광대학 카지노 경영학과 교수는 “사전심사제를 통해 카지노 허가를 받으려면 투자를 하지 않고서도 사업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며 “외국자본의 개발사업 중도 포기와 이에 따른 대외 신인도 추락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지노 업계 관계자도 “사전심사제를 요구하는 일부 외국 카지노회사의 경우에는 현재 본국에서 워크아웃 상태인 곳도 있다”며 “허가만 받고 다른 업체에 넘길 수 있는 소지도 있어 투기자본에 휘둘릴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지적에 지식경제부는 사전심사제도가 제대로 된 회사의 여부를 검토하는 것인 만큼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홍석우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98%에 달하는 투자를 정확히 할 것이 보장이 돼야 사전심사제에 따라허가를 할 것”이라며 “사행산업이라고 하는 우려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당국에서 철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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