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가 후진타오 국가 주석 등 고위지도자들의 전화를 도청했다고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후 주석이 지난해 8월 충칭을 방문 중인 한 사정 담당 고위관리와 통화하고 있을 당시 전화기에 장착된 특수장치가 이 통화가 도청당하고 있음을 감지했다.
이 사건을 포함해 다른 고위 관리에 대한 도청 사건이 발각된 것이 보시라이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로 이어졌다고 NYT는 전했다.
보시라이가 실각하게 된 표면적 이유로는 그의 포퓰리스트적인 성향과 부인인 구카이라이가 자행한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 독살이 꼽히고 있다.
그러나 도청사건이야말로 최고 지도자들이 보시라이 축출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이유라고 NYT는 주장했다.
후 주석마저 도청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은 일당 독재 체제 하에서 고위층들이 얼마나 서로를 불신하고 있는지를 시사한다.
보시라이는 심지어 그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던 저우융캉 중앙정법위 서기도 도청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보시라이는 수년 전 범죄와의 전쟁을 이유로 도청을 시작했다.
도청에는 보시라이의 최측근인 왕리쥔 전 충칭시 부시장이 깊이 개입했다.
경제계 인사들도 보시라이측의 도청을 두려워했다.
해외로 망명해 현재 숨어살고 있는 리쥔 전 부동산 개발업자는 “우리는 전화에서 감히 보시라이와 왕리쥔을 언급하지 못했다”면서 “사업 관련 비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미등록된 심카드를 이용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보시라이가 왕리쥔 사이가 틀어진 것도 도청사건이 결정적 계기였다.
보시라이가 도청 사건을 왕리쥔에게 덮어씌우려 하자 왕이 위기감을 느끼고 미국 영사관에 망명 신청을 했다고 NYT는 전했다.
왕은 미국으로의 망명 시도 당시에는 도청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