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뒤란 서성이다가
무심코 밟힌 낙엽 때문에
발을 뗄 수 없었던 적이 있습니다.
나뭇잎 으스러지는 소리에
귀뚜라미 애달피 울어
한참을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봄비 오는 오늘
또 뒤란 서성이다가
민들레 작은 꽃송이에 발목 잡혔는데
그만 발아래
채송화, 맨드라미, 봉선화, 백일홍
고 어린것들이
배시시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투박한 이 한걸음에
얼마나 많은 팔다리가 상할지 몰라
한참을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 같은 봄날엔
들길도 조심하라고
꼭 그러라고
아지랑이가
울타리를 칩니다.